[요동치는 환율] 강달러·엔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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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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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보다 불확실성 확대 우려

  • 강달러·엔저 흐름 당분간…달러 1300원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환율이 띄워져 있다. 환율은 장중 20원 가까이 급등해 1288.9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달러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을 넘겨 1300원에 바짝 다가섰고, 엔화는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강달러·엔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1300원 근접…엔화는 24년 만에 최저 수준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1원 오른 달러당 12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1.1원 상승한 1280원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288.9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2일 기록한 연중 고가(종가 기준 1288.6원)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최근의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와 예상 수준을 웃도는 '물가 충격'이 맞물려 발생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달러를 거둬들이는 와중에 안전자산 선호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는 양상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 가치는 일본이 금융위기에 빠졌던 1998년 10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2월 115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35.22엔까지 오르며 달러당 135엔을 돌파했다.

이는 달러화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일본만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통화 확장 정책을 유지한 영향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 하락은 일시적이라며 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요국 중 국채금리가 마이너스인 곳은 통화 확장 정책을 고수 중인 일본뿐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되고 불확실성은 심화…기업 타격 불가피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와 달리 현재의 강달러·엔저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수출 기업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 경쟁력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외환 움직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이보단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팔라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의 5월 수출액은 역대 5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과 달러 상승이 맞물리면서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무역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저하를 촉발할 수 있다. 일본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수익성 감소로,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강달러·엔저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높은 변동폭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환율의 등락 진폭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경영환경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6월만 놓고 보면 13일까지 7거래일 중 4거래일 동안 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급등락했다. 연준이 긴축 강화 신호를 보내거나 미국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면 맷집이 약한 원화는 그 충격을 그대로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간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또 다른 변수가 생긴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장기적인 급등락은 원화 리스크를 키우는 만큼 긴장하며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1% 오르면 물가 상승률 0.06%p 높아져"

13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의 컵라면 매대 [사진=연합뉴스]

환율은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를 더 밀어 올리는 결과도 낳는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환율 흐름을 보면 상승 속도는 하루 1.15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빨랐다.

오른 환율이 수입품 가격 등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 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은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진 후 반등해 올해 1분기 현재 0.06이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진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위기 회복 과정에서 공급 병목과 전반적 물가 오름세가 겹쳐 기업이 가격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과거 저물가 시기보다 강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앞으로 전망은? "연말까지 유지…심화 가능성도"
강달러·엔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300원선까지 열려있는 상황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세를 감안할 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하반기에도 달러는 강세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하반기 연준과의 금리인상 속도 차이로 3분기 미·중 금리차가 역전되면 추가적인 원화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연준의 금리 인상사이클은 마무리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해 달러 가치가 소폭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엔저 현상도 장기화가 예상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일본의 임금 인상률이 낮아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엔화 약세는 긍정적 요인이며 통화 긴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현재와 같은 엔저 정책 고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엔·달러 환율은 120~130엔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차익 실현 매물 출회 등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125~13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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