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 전기차 올라탄 소니 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 맞춤형 콘텐츠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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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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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에 '소니 있다'…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닮은꼴

  • 소니-혼다 제휴, 자동차 두뇌 진출 발판되나

  • 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소니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모빌리티로 확대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인간을 ‘운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전기차를 비롯한 모빌리티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될 것이란 기대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소니그룹의 전략은 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에 소니 있다' 소니의 감동 철학 모빌리티로 확대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열린 기업 전략 회의에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소니그룹은 지난 5월 18일 진행된 연례 기업 전략 회의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모빌리티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강조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실시간 네트워크 공간을 만드는 동시에 감동적인 경험을 창출하는 것”을 추구한다며 ‘감동’이란 단어를 거듭 언급했다.
 
소니는 자사 제품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의지를 줄곧 피력해왔다. ‘창의력과 기술의 힘을 통해 세상을 감동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전자회사라는 뿌리가 무색하게도 소니의 게임,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약 51%를 차지했다. 엔터테인먼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긴 것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기간 소비자들이 '집콕'을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소니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매출 비중을 55%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잦아든 지금 상황이 급변했다. 소니의 게임구독형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의 1분기 가입자가 줄어드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암흑기가 열린 것이다.

“집에 갇혀 지내던 사람들이 몇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가 소니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닛케이아시아는 짚었다.
 
소니그룹은 모빌리티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은 듯 보인다. 요시다 회장은 이번 전략 회의에서 전달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21세기는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시대”라며 “감동 콘텐츠”는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니그룹과 연결되는” 10억명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빌리티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모빌리티가 단순 이동 수단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란 시각이다.
 
요시다 회장은 모빌리티를 “감동 공간으로서 큰 잠재력이 보이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10억대 넘는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며 모빌리티와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을 통해 이들 차량이 장기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향유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증권의 야스오 나카네는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등 사업 간 협력을 강화한다면 이익 상승 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자동차 '두뇌'에 집중···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닮은꼴

 

일각에서는 소니의 모빌리티 전략은 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그룹의 자동차 분야 진출은 ‘미래의 자동차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소니의 결단이 거대 산업을 뒤흔들려고 한다”고 주목했다.
 
소니그룹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서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한 뒤 전기차(EV) 분야에 뛰어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소니그룹이 자동차 자회사인 ‘소니모빌리티’를 출범할 때 EV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서비스플랫폼, 인공지능(AI), 센싱 등과 같은 단어가 대부분이었다.
 
소니그룹은 지난 3월에는 혼다자동차와 함께 EV 공동 개발과 판매,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등을 목표로 하는 공동 출자 회사를 연내에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신들은 이를 통해 소니의 EV 참여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니와 혼다 양사 간 파트너십은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모빌리티에 도입하는 시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소니모빌리티 사장인 가와니시 이즈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자동차의 두뇌를 만드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두뇌란 차량용 기반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차량 생산은 혼다 등 외부에 위탁하고, 자동차 설계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요시다 회장 역시 과거 자동차 산업 자체가 “모바일화해 간다고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같은 소니그룹의 전략은 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유사하다고 평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하드웨어 생산은 대만 폭스콘에 일임했듯이, 소니그룹 역시 EV사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소니가, 하드웨어는 혼다가 담당하는 투트랙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니-혼다 제휴, 매끄럽게 진행될까
일각에서는 소니는 모빌리티 전용 서비스 플랫폼을, 혼다는 EV 차량 제조만을 맡는 것은 혼다의 그간 행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한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소니의 하도급업체에 머물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떤 좋은 기술이라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산 것은 어디까지나 산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체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0년대 말 혼다 사장이었던 요시노 히루유키 역시 “2인 3각보다는 혼자서 달리는 편이 빠르다”고 말하는 등 혼다는 이 같은 창업 이념을 오랜 기간 지켜왔다.
 
그러나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제휴를 단행한 2013년을 기점으로 태도를 바꿨다. GM과는 첨단 분야 외에도 엔진, EV 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왔다.
 
뒤처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201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AI 연구자 등을 고문으로 영입한 'R&D센터X'를 설치하고 거듭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에 소니와 제휴한 것 역시 소프트웨어에 힘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와 혼다의 제휴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며 “두 회사 간 제휴는 양측 모두에 자동차의 두뇌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평했다.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는 모습은 혼다만의 상황은 아닌 듯싶다. 일본 자동차 업계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다.

도요타는 소프트웨어 퍼스트를 내세운다. 마에다 마사히코 도요타 부사장은 “자동차에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넣어 다양화한 고객 가치관에 기댄 상품을 제공하고, 장래의 경쟁력으로 연결해 간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차량 탑재 기반 소프트웨어인 ‘아린’을 2025년까지 실용화하는 게 목표다.

닛산자동차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500명 규모로 육성하고자 교육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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