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 '식용유'에 미끄러진 인니 정권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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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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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 식용유 원재료 공급 줄어들자 가격 급등

  • 조코위, 지지율 급락에 수출중단 초강수

  • 무역흑자 효자상품으로 '부메랑'될 수도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각국 정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경우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물가 급등에 민감해서다. 동남아시아 최대 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식용유 가격 상승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팜유 수출 중단이라는 고강수 조치까지 꺼내 들었다.
 
인니, 팜유 가격 급등에 지지율 흔들…민생 안정 최우선

 

블룸버그, CNBC,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식용유 부족난 등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촉발된 대중 불만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정권을 집어삼킬 기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 가격 인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수 시장의 식용유 가격을 지난해 초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면서, 지난 4월 28일부터 팜유 원유 등의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팜유 가격 상승은 조코위 행정부가 초래한 점도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팜유 가격이 폭락하자, 조코위 행정부는 바이오디젤에 30%의 팜유를 함유토록 의무화했다. 인도네시아의 재생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팜유 수요를 자극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팜유는 식용유, 가공식품 제조는 물론이고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식용유를 만들 수 있는 팜유의 공급을 줄일 정도로 수요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사실 팜유 수출 금지 조치는 식용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조코위 정부의 좌절을 반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팜유 수출업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시장을 위한 물량 확보 등 잇단 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으나, 현지 가격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식용유 가격을 리터당 1만4000루피아(약 1230원)로 제한하는 등 식용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다수의 시장 개입을 펼쳤으나,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은 리터당 거의 2만 루피아(약 1760원)에 달한다. 정부가 제한한 가격보다 40%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팜유 가격 잡기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연임 허용을 위한 개헌 움직임을 보이자 수천명의 학생이 반대 시위를 벌였고 조코위 정부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금지라는 칼을 빼든 배경이다.
 
현재 팜유 가격 잡기는 부패와의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조코위 정부는 식용유 가격을 올린 부패 관행을 타파하겠다며 최근 불법적으로 팜유 수출을 허가한 혐의로 무역부의 대외무역담당 국장과 민간 팜유 회사 3곳의 임원들을 구속했다.
 
팜유 수출 금지, 가격 안정은 미지수
치솟는 밥상 물가로 인해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인디케이터의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59.9%가 조코위 대통령의 성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 1월 초 집계된 75.3%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코로나19가 광풍을 불며 하루 수천명의 사망자를 냈던 2021년 7월을 제외하고는 지난 6년간 60%를 줄곧 웃돌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1 이상이 생필품 가격 상승을 조코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족의 원인으로 꼽았다. 5명 중 4명은 식용유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팜유 수출 금지가 식용유 가격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닛케이아시아는 지적했다. 또 다른 팜유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가 국경 제한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부족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야자수가 노화되면서 팜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수출금지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285억 달러(약 36조원)에 달하는 팜유를 수출해 2년 연속 ‘보기 드문’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팜유 수출이 없으면 인도네시아는 다시 무역 적자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식품 가격 급등, 동남아 사회 불안 직면할 것”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즈의 이코노미스트인 모하메드 파이즈 나구타는 CNBC에 식품 가격이 “크게 급등”하면서 동남아시아가 사회적 불안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식품 소비가 가계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필리핀 가계는 가처분 소득의 약 40%를 식품 및 무알코올 음료에 사용했다. 반면, 미국 가계는 8.6%를 식품에 지출했다.
 
동남아시아 역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4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년 전 대비 3.47%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로이터가 조사한 중간 추정치인 3.34%를 소폭 상회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목표 범위인 2~4%의 중간 지점에 있으나, 3월(2.64%)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었다.

필리핀과 태국 역시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필리핀의 4월 CPI는 4.9%로, 2018년 12월(5.2%)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태국의 4월 물가상승률은 4.65%로, 전달 대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블룸버그 조사 추정치보다 약간 낮았지만, 지난달 기록한 13년 만의 최고치에서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구타는 동남아시아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앞으로 몇 달, 몇 분기에 걸쳐서 이 같은 상황이 바뀔 것”으로 봤다.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급증, 전 세계적인 에너지 및 식품 인플레이션 등이 결합되며 동남아시아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보 서비스 회사인 포커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율은 2월 3%에서 3월 3.5%로 상승했다. 경제규모가 비교적 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현저하게 빠른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현재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구타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경제 회복이 뒤처진 태국의 경우 금리인상에 서서히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인 유벤 파라쿠엘레스는 CNN에 필리핀의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조짐이 보이면 6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아세안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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