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故 김지하 시인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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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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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간 투병생활 끝 8일 오후 자택서 타계

  • 반독재·민주화 활동…70년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사진은 지난 2014년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견운동 옥션단에서 열린 수묵산수전 '빈 산'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타는 목마름으로’와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8일 오후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김 시인은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고인은 1941년 2월 4일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1954년 원주로 이사하며 소년기를 보냈다. 1959년 서울 중동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왔다. 본명은 김영일로 김지하는 지하(地下)에서 따온 필명이다.
 
1969년 11월 '시인'지에 ‘황톳길’, ‘비’, ‘녹두꽃’ 등의 시를 발표하며 공식 등단했다.
 
저항시인으로 유명한 고인은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 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0년대 저항시를 발표했던 고인은 1980년대 이후 후천개벽의 생명사상을 정립하는 데 몰두했고, 1986년 ‘애린’을 기점으로 생명사상과 한국의 전통 사상 및 철학을 토대로 한 시를 발표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불러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구명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작가회의)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김 시인은 10년 뒤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18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을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촛불집회와 미투 운동을 긍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김지하 시인이 지난 2003년 11월 28일 전북 부안군 수협 앞에서 천막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규현 신부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표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등의 시집과 산문집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
 
1975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 씨와 결혼했으며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던 김씨는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김원보 작가·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김지하 시인의 빈소는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이다. 장지는 부인이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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