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견기업] 경제 허리 무너진다...규제에 발 묶인 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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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5-0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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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년 넘게 전통 제조업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해돈 중견기업 A사 대표 김모씨는 최근 회사 경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업 승계 후 적극적인 사업 확장으로 중견기업까지 성장했지만,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엔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상속금 일부를 공제받을 생각도 했지만 까다로운 사후 관리 요건에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김 대표는 “선대부터 이어온 회사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개인 자산까지 담보로 걸며 자식에게 불안한 경영을 이어가게 할 순 없다”고 토로했다.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휘청이고 있다.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힌데다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중견기업은 우리 경제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견기업 수는 전체의 1.4%(5526개사)에 불과하지만, 전체 고용의 13.8%(157만8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은 전체의 16.1%(770조원), 수출은 18.3%(933억달러)나 차지한다.

특히 중견기업 고용증가율은 대기업 1.6%, 중소기업 0.1%과 비교해 5.2%를 기록하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높은 경제기여도와 달리, 외형이 커진 대가는 혹독했다. 중견기업이 되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법인세 등 조세특례 △중소기업적합업종 △중소기업 정책자금 등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특히 세금을 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경우 중소기업은 100% 적용받지만, 중견기업은 매출 3000억원 미만 등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어렵사리 성장하더라도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도 잦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2020년 1400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정부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한 기업은 전체 응답의 6.6%로 나타났다. 앞선 2018년(5.1%), 2019년(5.1%)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중소기업 회귀 검토 이유로는 ‘조세 혜택’이 59.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금융지원(19.6%), 판로 규제(19.4%) 등이 뒤를 이었다. 중견기업이란 이름표를 단 이후 각종 제도와 법령에 따른 규제가 따르자 결국 중견기업 스스로 성장을 거부하고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속세 부담에 가업을 포기하는 중견기업도 늘고 있다. 가업승계 계획이 없는 기업은 77.5%로 가장 많고 가업승계를 완료 또는 진행 중인 기업은 전년 대비 2.1%P 상승한 10.9%다. 다만 가업승계를 완료한 기업이 겪은 애로사항에서도 상속·증여세 부담(67.6%)이 가장 높고 이어 △복잡한 지분구조(9.7%) △엄격한 가업승계 요건(8.2%) 순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지원을 늘려 보호보다는 육성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사진=한국중견기업연합회]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첨단 ICT 산업에서 중견기업 비중은 약 85%를 차지할 만큼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 산업 전반을 지탱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견기업은 전체 고용의 13.8%를 감당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의 산실로서 평균 고용 인원은 약 300명, 2020년 신규 채용 중 청년 비중은 65.2%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성패는 기술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우위 선점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혁신 중견기업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산업계 전반에 진취적인 혁신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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