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급대책인 공공재개발 사업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더욱 거세진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주도 공급기조를 내세운 만큼 공공재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서울시내 17개, 수도권 4개 등 21개 구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일 오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옆 고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만으로 SH·LH 등을 사업자로 지정해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거의 수용에 가까운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0%의 동의만으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특별법을 적용하는 것은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흑석2구역은 주민 300명 중 상가소유자 약 140명이 토지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토지 면적이 아닌 토지소유자 수로 동의서 신청을 받아 사업 추진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H 관계자는 "흑석2구역은 찬성하는 주민대표회의도 있으며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계까지 오는 등 사업 성공이 가시화했다"며 "법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사업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반대하는 비대위 측 의견도 더 수렴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도 "주민면담 및 설명회 등을 통해 공공재개발 시행의 특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도권 내 보상방안 등에 대한 이해·설득도 병행해 사업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재개발은 2020년 8·4 부동산 대책 발표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반대 측은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비대위를 구성하는 구역은 5구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1구역까지 늘었다. 이날 인수위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재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공공주도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질의 답변서에서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관련 질문을 하자 "주민 의사 및 입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환경 정비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국토부는 현재 법령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며 "현재는 2기 공모 접수를 했고, 앞으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정비는 민간정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이라며 "앞서 당선인이 공약했던 용도지역 상향 등 사업자들에게 필요한 인센티브가 있다면 검토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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