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DB산업은행]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운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산은 부산 이전론이 새 정부 출범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금융노조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은 이전 논란을 통해 본 금융중심지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서영주·김민석·민병덕·오기형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부산지역 7대 과제 중 하나로 산은 본점 이전을 꼽은 데 대한 맞불 성격의 토론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산은 이전에 대해 "국가균형발전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규모나 역량, 해외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과 한계를 고려할 때 금융생태계가 이미 갖춰진 경제중심지 서울 외에 또 다른 금융중심지를 육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으로 가기 싫은 기관의 핵심인재들 이탈하게 되고 금융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출신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보는 산은에 대한 금융정책 논리를 모르고 단순 정치적 논리로 부산으로 보내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산은이 거래 중인 전체 기업 중 69.2%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면서 "주요 거래기업인 대기업, 중견기업은 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윤 당선인은 단순히 부산의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정치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서울·부산이란 복수 금융중심지 정책이 국제금융경쟁력 강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거로는 국제금융경쟁력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제시했다. 지난 3월 기준 서울과 부산의 순위는 각기 12위·30위로 소폭 상승했으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홍콩(3위) 상하이(4위) 베이징(8위) 도쿄(9위) 등에 비해 열위라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제1금융중심지인 서울의 경우 다수 정책금융기관의 지방이전 등으로 인한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고,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의 경우 특화전략과 국제성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금융, 보험, 부동산 산업은 서로 시장을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거래할 수 있도록 집적해 입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서울도 국제금융중심지 입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복지정이 되며 동반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은 부산 이전은 커녕 오히려 전북 전주로 내려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재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강 연구위원은 "지방이전으로 핵심인력이 유출되고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해외운용기관의 경우 아시아 트립시 일반적으로 한국 일정은 1일 배정돼 서울 소재 한국은행, KIC 등 주요 기관 방문 후 국민연금까지는 지리적 거리상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운용수익률 1%상승 기금고갈 6년 연장가능 하다"면서 "수익 기반확대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대체투자 비중 높여가고 있는 만큼 실물건 관련 회의 및 실사 횟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어 관련 비효율성 및 비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부산 이전 시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디지털 전환(DT)이 본격화 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기관 및 수요기업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한 산은의 업무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윤승 산은 노조 위원장은 "기업금융과 관련해 대규모 협조융자 진행시 통상 6개월간 46회의 대면협의가 이뤄진다"면서 "산은은 경쟁을 통해 자금을 조달·공급하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외국계 투자자 및 국내 금융기관, 수요기업과의 긴밀한 협업 및 이해관계 조율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공약과 정책을 구분해 특별기구를 만들어서라도 국민경제적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위평량 혁신정책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공약으로 언급하고 발표했더라도 종합적 분석과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정책으로 구사해야 하고,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공약의 축소·폐기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한 논의보다는 금융 특화 도시에 대한 새 전략을 짜야할 때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때 부산의 금융중심지 GFCI 평가지표는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면서 "금융중심지 지수 항목별 평가사항에서도 볼 수 있듯 부산 이전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 팀장은 "중국 선전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IT기업을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탈(VC) 특화시켜 신흥 금융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우리도 핀테크나 블록체인 등 특화된 도시나 새로운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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