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관심(關心)과 간섭(干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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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2-04-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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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공학박사)/건산연 제공]


관심.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간섭.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

국어사전에 나오는 관심과 간섭에 대한 정의를 보고 있자면 간섭은 부정적으로 다가오지만 관심은 좋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 실생활에서 관심과 간섭은 아주 가깝게 붙어 있다. 설사 떨어져 있다고 한들 종이 한 장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관심을 두는 것은 얼마든지 좋지만, 조금이라도 지나치면 어느 순간에 관심은 간섭이 돼버린다.

관심과 간섭 간의 모호한 경계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부모는 관심이라고 하지만 자녀는 간섭이라고 하는 아슬아슬한 경계는 정말 한 끗 차이다. 그런데 이러한 간섭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녀에 관한 관심이 없다면 간섭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자녀에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싫다고 부모가 관심을 거두는 건 무책임함이요 포기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택을 공급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설산업에 관한 관심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남다르니 그 크기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관심 속에는 잘 해내리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이 종종 실망감으로 바뀐다. 안전사고에 취약한 산업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고 실망스럽다.

이러다 보니 어느새 건설산업에 관한 기대 섞인 관심은 점점 옅어지고 간섭만 늘어나고 있다. 기업을 이대로 두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테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각종 규제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그렇게 하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먹힐 리가 없다. 지금은 기대보다는 불신이 가득하다. 매스컴을 통해 건설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숨 쉬어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부실시공으로 지적하면서 향후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표준시방서 고도화, 시공 이력 관리, 품질관리자 관리 등을 포함한 시공 품질관리 강화 방안과 공사 중지 실효성 확보, 전문기관 안전관리, 감리교육 강화 등을 포함하는 감리 내실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부실시공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국토교통부 직권 처분,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징벌 손해배상 확대 등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걸 두고 지나친 간섭이라 말할 수 있을까.

최근 건설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덮친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공급망 교란은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유인하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경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러한데 기업 지원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 엄격한 관리와 처벌 강화가 산업을 뒤덮고 있다. 관심에서 출발한 지원은 없고 간섭을 위한 쓴소리가 가득하다.

어떻게 해야 간섭받지 않고도 제대로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기본으로 돌아가자. 산업을 위해 우리가 정한 규칙과 제도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 주체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자. 그래야만 기대 섞인 관심을, 간섭하지 않아도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받을 수 있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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