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에게 '동료의 의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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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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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18초825의 기록으로 7명 중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그는 슬럼프에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빙판 위를 달렸다.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계주에서 값진 은메달의 성과를 얻었다. 그동안의 부담감과 중압감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에 경기 후 눈물을 쏟기도 했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 4년 뒤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때는 한 발짝 성장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이번 올림픽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유빈 선수 [사진=이유빈 선수]

Q. 이번 올림픽 어땠나요? 평창동계올림픽과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달랐을 것 같아요.
A. 월드컵을 하면서 외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해외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처음이라 평창올림픽 때와 달리 걱정이 많았어요. 음식문제도 그렇고,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확진자들이 나와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시합 외적으로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평창동계올림픽과는 많이 달랐어요.
 
Q. 어떻게 못 즐겼나요?
A. 평창 때는 다른 외국선수들과 접점도 많고 다른 시합구경도 하면서 응원도 다니고 쉬는 날에는 많이 놀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확진자가 선수촌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라서 다른 선수들과 접촉을 했을 때의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조심해야 되니까, 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Q.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었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됐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친구들에게 올림픽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요?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건가요?
A. 일반인 친구들이 느끼는 올림픽의 무게와 저희가 느끼는 건 다르기 때문에 무거운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 당시에는 수호랑과 반다비가 유명했기 때문에 캐릭터 인형들과 메달 보여주면서 가벼운 얘기들을 했었어요. 평창 때는 고등학생이어서 마냥 재밌기만 하고 힘든 일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친구들에게 힘들었던 얘기들도 많이 할 것 같아요.
 
Q. 이번 올림픽에서 재밌었던 일화는 뭔가요?
A. 은메달 시상식에 갔던 게 제일 행복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유빈 선수 [사진=이유빈 선수]

Q. BTS 팬이라고 알고 있어요. 은메달을 딴 후 BTS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는 등의 성덕이 된 일화가 있나요?
A. 개인적으로는 없었고 여자계주 은메달을 땄을 때, BTS가 시합을 시청한 장면을 캡쳐해서 인스타에 올려준 것을 기억합니다.
 
Q. 좋아하는 음식과 플레이리스트, 출연하고 싶은 TV프로그램은 뭔가요?
A. 좋아하는 음식은 디저트류 좋아하고요. 플레이리스트는 정해놓지는 않는데 시합 때 신나는 노래 위주로 듣고 거의 BTS 노래 중에 제일 신나고 사운드가 빵빵한 노래 위주로 들어요. 그리고 TV프로그램은 아닌데 BTS 자체로 하는 ‘달려라 방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출연하고 싶어요.
 
Q. 이유빈 선수의 MBTI(성격유형테스트)는 어떻게 되나요?
A. ISTP(내향, 감각, 사고, 인식유형이며 논리적인 실용주의자이며 만능 재주꾼)예요.

Q. 한국 올 때 딸기우유 키링을 뺏겼다고 들었어요. 새로운 키링은 어떤 걸 달 생각인가요?
A. 팬 분한테 받은 키링이었는데 키링 안에 있는 액체가 뭔지 알 수 없어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빼앗겼어요. 그리고 그 키링 외에도 제 가방에 주렁주렁 달린 키링들이 많아요. 근데 아직 딸기우유 키링을 대체할 새로운 키링은 찾지 못했어요.
 
Q. 이유빈 선수에게 동료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가장 큰 의지가 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선의의 경쟁으로 라이벌이 되고 그 경쟁을 통해 서로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지칠 때 같은 운동을 하는 선수로서 공감대가 형성이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의지가 돼요.
 
Q.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기로 되어 있다가 갑작스럽게 뛰게 됐는데 첫 개인전 출전이 어떤 경험으로 다가왔나요?
A. 월드컵 1차전까지 계주 맴버였다가 갑자기 몇주 남기고 개인전을 준비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올림픽 시즌의 월드컵은 그냥 메달을 따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월드컵을 잘 해야 올림픽 티켓이 나오기 때문에 제가 잘해야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한 시즌 동안 대표팀을 뽑지 않아서 시합 감각도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어요.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월드컵 1차부터 4차까지 좋은 성적도 내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Q. 이유빈 선수만의 전략은 무엇이었고, 그 전략이 이번 올림픽에서 통했다고 보시나요?
A. 사실 올림픽에서 통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긴장하고 부담감도 많았어요. 메달을 딴 1~3위 선수들에 비해서 시합경력이나 대처능력도 부족했어요. 제 전략은 여러 가지를 세워놓고 들어갔었어요. 월드컵과 다르게 올림픽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일 큰 전략은 처음에 많은 힘을 쓰지 않고 마지막에 힘을 써서 앞에 등수로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Q. 이유빈 선수에게 스케이트가 주는 의미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왔잖아요.
A. 이제는 의미를 찾지는 않아요. 스케이트가 주는 의미라기보다 이제는 제 직업이고 앞으로 계속해야 될 일입니다. 제가 스케이트로 인해 목표가 생기고 살아가는 데 얻는 게 많다는 식의 의미를 두지는 않고, 스케이트는 이유빈과 같이 가는 동반자예요.
 
Q. 이유빈 선수만의 겨울을 즐기는 법이 있나요?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놀 나이에 스케이트를 타서 놀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 같거든요.
A. 저희가 겨울이 시즌이라 이 계절을 즐기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보러 가거나 제가 옷을 좋아해서 겨울 옷 쇼핑을 하는 등의 소소한 것에서 즐기고 있어요.

Q, 군인 오빠 얘기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오빠에 대한 많은 애정이 느껴졌어요. 당시 어떤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던 건가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오빠는 뭐라고 하던가요?
A. 현실남매는 맞고요. 저희가 아름다운 남매는 아닌 것 같은데, 항상 같이 있다가 지금은 떨어져 있어서 서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애틋함이 있어요. 서로 운동도 같이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일상을 보내다가 허전하게 있으니까 오빠 생각도 많이 나요. 운동을 하거나 시합을 하는 내내 피드백도 받고 응원도 계속 받았었거든요. 메달을 따면 오빠를 위해서 거수경례를 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있어서 복합적인 걸로 울컥했던 것 같아요. 오빠랑 통화는 못했고 카톡을 했어요. 제가 시합이랑 인터뷰 봤냐고 물어봤는데 군인이라 시합만 보고 인터뷰는 나중에 봤다고 하네요. “고생했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말해줬어요.
 

이유빈 선수와 오빠의 카톡 대화 캡처 [사진=이유빈 선수]

Q. 이번에 곽윤기 선수가 마지막 올림픽을 뛰었는데 이유빈 선수가 생각했을 때 곽 선수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뭔가요?
A. 방송인? 요즘에 운동선수 중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한 선수들이 많잖아요. 근데 오빠가 유튜브하시는 것도 그렇고 끼도 있고 그래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Q. 앞으로 유튜브를 비롯해서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A. 유튜버는 생각 중이고요. 저도 운동하면서 불러주신다면 여기저기 재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4년 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2022년의 이유빈 선수를 어떻게 상상했고, 지금으로부터 4년 뒤 2026년에는 이 선수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나요?
A. 4년 전에는 저의 색깔이 없었다면, 베이징올림픽 때는 어느정도 저의 색이 생겼고,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각하고 훈련하고. 그렇지만 계주 외에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4년 뒤에는 그것까지 채울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Q. 이유빈 선수의 지금의 색은 무슨 색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밝고 튀는 색이고 싶고, 튀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

A. 자신만의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는 빠른 속도가 다른 이에게는 느릴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주변의 속도나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 속도를 냈으면 합니다. 너무 빨라서 지치지 않고 너무 느려서 지루하지 않게 적정한 속도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기면서 끝까지 완주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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