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트렌드로 떠오른 '음악 저작권'…"팬과 로열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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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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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악 저작권 시장 투자가 전 세계적인 재테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을 매개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로열티를 나눌 수 있고, 경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저작권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가 하면, 음악 저작권이 접목된 NFT(대체불가토큰) 상품이 등장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초로 일반인들이 직접 음악 저작권 수익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플랫폼 환경이 마련되는 등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음악을 향유하며 시장을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는 추세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이 활성화된 데에는 음원 사이트 ‘멜론’과 같은 음악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시장의 번영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음악 산업 매출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2%에 달했다.
 
과거 MP3 다운로드를 통한 디지털 음원 불법 유통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며 침체됐던 음악 시장이 IT의 발전으로 스트리밍 기술을 입으면서 고속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이 확대되면서 2020년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IFPI 발표 기준 216억 달러(약 24조1380억원)로 전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일반인도 음악 저작권 시장에 투자한다… 스타트업 ‘뮤직카우’ 눈길
 국내 스타트업 뮤직카우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 시장에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전까지 음악 저작권은 소액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나, 뮤직카우는 아티스트와 일반인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모델을 만들었다.
 
뮤직카우에서는 아이유, 트와이스, 엑소 등 K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곡부터 이선희, 김현식, 최성수, 심신, 임재범 등 1970~1980년대를 풍미하던 가수들의 곡까지 1000여개의 음원에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도록 거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뮤직카우는 원저작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저작권료와 연동된 금전적인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들여 이를 분할한 뒤 플랫폼에 ‘옥션’으로 공개하고, 이후 회원 간 자유롭게 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마켓’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뮤직카우가 선보인 모델은 팬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거래액 3000억원, 누적 회원 수 90만명을 돌파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 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직카우와 협업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이무진의 ‘담아갈게’처럼 신곡 발매 시점부터 뮤직카우에 음원을 공개하는 사례도 느는 추세다. 
 
다만 음악 저작권 투자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도 전개한다. ‘뮤직카우 백서’를 발간해 이용자 안내를 돕고, 이용자들이 올바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이트 곳곳에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과 참고할 내용을 반영했다.
 
뮤직카우는 향후 미국 시장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K팝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음악을 공유하며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경제적 수익을 얻는 데에만 집중하는 단순 투자 플랫폼을 넘어 문화가 투자가 되고, 투자가 문화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사진=뮤직카우]

 
신곡에 스트리밍 로열티 포함해 NFT로 발행… 팬들과 수익 나눈다
 해외에서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으로 팬들과 수익 공유에 나서고 있다. 미국 래퍼 나스는 최근 발매한 신곡 중 ‘울트라 블랙’과 ‘레어’ 두 곡을 스트리밍 로열티 50%를 포함한 NFT로 발행해 화제를 모았다. 음원 발매 당시 해당 NFT를 출시한 NFT 음원 플랫폼 ‘로열’의 이용자가 급증하며 서버가 다운돼 한 차례 판매가 연기되기도 했다.
 
나스는 음원 NFT를 골드, 플래티넘 및 다이아몬드로 디지털 토큰의 형태를 나눴으며 이를 구매한 소유자는 해당 노래가 스트리밍될 때마다 일정 부분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스의 노래는 우리돈으로 환산 시 142억원에 달하는 가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선 음악 저작권 펀드도 순항… 세계적 가수들도 참여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음악 저작권 펀드도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음악 저작권 펀드는 투자자들이 펀드에 구성된 곡들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2018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 ‘힙노시스 송 펀드’는 엘튼 존, 비욘세 등 유명 아티스트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만든 펀드다. 지난해 3월 기준 시가총액이 2조190억원에 달했다.
 
힙노시스 송 펀드는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스테디셀러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6만5000곡 이상을 보유 중이다. 해당 곡들에 대한 가치는 3조676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60~1970년대 작곡가들이 힙노시스 송 펀드에 저작권의 일부를 넘기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뒤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미국 대형 사모 펀드 중 한 곳인 블랙 스톤이 힙노시스 송 펀드와 함께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음악 저작권 펀드 시장은 날로 커져가는 추세다.
 
힙노시스 송 펀드와 더불어 세계적 음악 펀드 중 하나인 ‘라운드힐 뮤직 로열티 펀드’의 경우에도 12만여 곡의 음악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준다. 셀린 디온, 브루노 마스 등 유명 가수의 대표 곡들이 라운드힐 뮤직 로열티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악 저작권 수익에 대한 권리를 사고파는 플랫폼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음악 저작권 투자를 위한 환경이 구축되는 추세”라며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로열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있다. 앞으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음악을 향유하며 시장을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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