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6년 만에 부회장 된 정현호, 이재용의 '뉴삼성' 미래준비 가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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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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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현호 사장(사업지원 TF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2015년 말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인사지원팀장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6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중동 등 해외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뉴삼성(새로운 삼성)’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는 가운데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초 올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큰 개편 없이 대부분 유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론을 꺼내들면서 과감한 세대 교체와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시켰고, 정현호 사장과 함께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삼성전자 부회장 직급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현호·한종희 부회장 3명 체제가 갖춰지게 됐다.

 
삼성그룹 기획·전략통, 미래준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 주목
정현호 신임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삼성그룹 기획·전략통으로 총수 일가의 신뢰를 받은 핵심 경영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신사업 발굴 등 그룹 통합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신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끝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중단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전담 조직을 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 승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미래준비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실제 삼성전자도 
정 신임 부회장은 사업지원 TF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준비 역할의 중책을 맡을 것이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해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쪽 계열사 간 전략·재무·인사·채용 등에서 공동의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맡는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TV·가전제품 등 사업 영역이 3개나 되고, 여기에 계열사들은 디스플레이 패널, 배터리나 전자부품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또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거래 관계에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 간 사업 영역이 중첩되거나 사업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사전조율 없이는 중복 투자 또는 투자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획·재무·인사·채용 등에서 시너지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직이 사업지원TF란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재계 역시 이번 정 부회장 승진을 기점으로 사업지원 TF 역할 가운데 특히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도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은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간 시너지 발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했다”며 “부회장 승진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지원과 미래준비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202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로 조문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바로 뒤를 당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사장(왼쪽)이 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룹 인사팀장 출신… 미전실 해체 후 사업지원 T/F장 복귀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요 임원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1990년대 중후반 미국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이 부회장과 하버드 동문인 셈이다. 이후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에서 경영진단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맡았다. 그가 삼성의 '실세'로 꼽히는 주된 이유다.

정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국제금융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장, 국제금융그룹장, 경영지원총괄 IR그룹장 및 경영관리그룹장을 지냈다. 2011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삼성 미전실 경영진단팀장 및 인사지원팀장을 거쳤다.

하지만 국정농단 수사 때 미전실 해체와 함께 사표까지 냈으나, 이 부회장 구속 수감 직후인 2017년 11월 사업지원TF장 사장으로 복귀했다. 옛 미전실 해체 이후  물러났다가 복귀한 인물은 극소수라, 그의 복귀로 당시 '미전실 부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이 미전실 경영진단팀장을 맡았던 2014년 5월 삼성그룹 인사를 총괄하는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에 선임되면서 삼성전자 차기 실세로 입지를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삼성 미전실에서 2개의 직책을 거친 임원은 정 부회장뿐이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대외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사업지원TF 특성상 후방에서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 사업부문 간 시너지 및 경쟁력 강화 등의 업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이 부회장이 매주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앞서 언론에 모습을 몇 차례 드러냈다. 2019~2020년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으로 여러 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11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은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사업지원TF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개입했다고 보고 정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정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이밖에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줬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정 부회장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으나,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이에 반발해 지난 8월 정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 프로필
△1960년생 △연세대 경영학 학사 △하버드대 MBA 석사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 △1988년 삼성비서실 재무팀 △1995년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장 △2000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IR그룹장 △2003년 삼성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담당임원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2010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 △2011년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 △2021년 삼성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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