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대선 후보, 초고화질 ‘조국 거울’로 비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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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1-12-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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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검찰총장 만든 고위공직자 가족 검증 기준 '조국 거울'

  • 장관과 대통령 '천지차이'…윤 후보 일가에 '그 이상' 적용해야 공정

  • 모든 대선 후보 '조국 거울'에 스스로 비춰야


◆윤석열-조국…작은 공통점, 큰 차이
A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국가 최고 수사기관을 이끄는 B는 임명 전부터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비위 혐의로 “A 장관은 안 된다”고 했다. 임명 후 B는 ‘A 일가’를 탈탈 털어 법정에 세웠고 A를 물러나게 했다. A 일가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죄를 인정했다. ‘A 사태’ 이후 고위 공직(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의 비위 혐의는 당연히 검증 대상이다. 철저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고 옳은 일이 됐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상식이다. 정의와 공정이다.
 
‘A권력의 불공정’을 외치며 B는 더 높은 공직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렇다면 A와 그 광범위한 가족을 단죄한 B후보 일가에 대한 검증은? A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A 거울’에 B를 비추면 된다. 그래야 정의롭고 공정하다.
 
아니다, A와 B는 같지 않다. 많이 다르다. 더 철저해야 한다. 급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는 ‘일개 장관’에 불과했다. 그러나 B는 대한민국 최고위 공직, 대통령이 되려 한다. 일국의 대통령과 청와대 일가가 되려는, 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장관과 대통령, 하늘과 땅 차이다. 더더욱 전면적이고 철저한 일가 검증이 필요하다. 공정과 정의가 반영되는 모든 공사(公私)생활, 공직자 가족 전후 생활 등등 모든 면에서 더 까다롭고 엄격해야 한다. 주장 뿐인 의혹 제기, 정치 공세 말고 팩트를 기준으로 말이다. 상식 중의 상식이다.
 
A=조국 전 법무부장관, B=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상식과 공정을 외치는 윤 후보는 한층 선명하고 꼼꼼히, 초고화질 ‘조국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야 한다.
 

[정경심(왼쪽) 조국 전 장관 부인, 김건희(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이 바꾼 고위공직자 검증 기준
과거 어느 정부의 2인자,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고위 공직 인사 검증을 하면 남성 후보자 중 70~80%가 세 가지 이유에서 탈락한다. 1번은 뇌물, 탈세, 부동산 투기 같은 돈 문제, 2 성(性) 추문, 3 병역 면제다. 이 세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오랜 남성 중심의 인사 검증 ‘3대 관문’이 세분화되거나 몇 가지 추가되기 시작한 때는 여성들이 고위공직에 대거 진출하면서부터다. 부동산 문제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각론으로 구체화됐다. 또 논문 표절이 추가됐고, 돈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각종 불공정 특혜 검증도 갈수록 다양하고 까다로워졌다.
 
인사검증의 요건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깐깐하게 업데이트(새로 고침)될 거고 그래야 한다. 가상화폐(코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관련 뇌물 의혹을 받는 공직 후보자가 나타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일단 가장 최신 2020~21년판에 추가된 공직 후보자 검증 이슈는 가족의 불공정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검찰총장 재직 시(2019.7~2021.3) 최대 업적인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는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 아들과 딸, 친동생 조권, 5촌 조카 조범동 등을 대대적으로, 철저히, 꼼꼼히 수사해 공직자 검증 기준을 업데이트했다. 2020년 이후 고위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이 스스로를 들여다 봐야 할 초고화질 ‘거울’을 내놓았다.

사법부도 윤석열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자녀 입시 △사모펀드 불법 투자 △웅동학원 비리 의혹 중 일부는 최종심인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에서 진행 중이나 1,2심 결과는 조국 일가의 법 위반을 넉넉히 인정했다. 정경심 교수는 업무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등 입시 비리 혐의, 산학협력단 지원금이나 사모펀드 등 ‘돈 문제’와 관련한 많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형, 현재 복역 중이다. 또 동생 조권씨는 2심에서 징역 3년형, 5촌 조카 조범동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유죄를 받았다.
 

[영화 '백설공주와 헌츠맨' 장면. 사진=무비클립스 유튜브 캡처]

◆대통령 선거에서 더 빛나야 할 ‘조국 거울’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 검증의 새로운 관문을 세웠다. 5촌 조카 포함, 광범위한 일가가 저지른 비위 유무를 공직자 후보 적격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 일등공신이 바로 윤석열 후보다. 이 과정에서 ‘공정’이라는 깃발을 들고 윤 총장은 차기 대권 지지율 1위 윤 후보가 됐다. 그렇게 윤 후보가 만든 ‘조국 거울’은 공직자 검증의 새로운 기준이 된 셈이다. ‘조국백서’든 ‘조국흑서’든 그 누구도 공직자 검증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기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후보는 ‘조국 거울’을 외면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앞으로 명명백백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송구하다"는 윤 후보 역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겨선 안될 거다. 수사 당국도 아닌 언론이 하는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을 정치 공세라고 치부해선 더더욱 곤란하다.
 
앞서 윤 후보 본인과 캠프는 이력서 등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단순 실수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공직자와 결혼 전 일이니까 무관하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윤 후보 본인과 캠프는 “사과하면 끝,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이 '조국 거울'을 거론한 건 이채롭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자 조국의 거울을 언급했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이재명 후보가 거짓말하고, 부인하고, 발뺌하고, 동문서답하고, 이재명 후보의 모습은 거울에 비친 조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논평했다.
 
‘조국의 거울’이 가족에 대한 검증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튼 대선 후보 누구든 이 거울에 비춰야 한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왼쪽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 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 포함 모든 대선 후보들은 업그레이드 된 ‘조국 거울’에 자기를 비춰야 한다.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공직 검증에서 가족에 문제가 있는 ‘일개 장관’은 스스로 물러났다.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그 거울에 자신을 비추지도 않고, 비춰 놓고도 문제가 없다고 눙치거나 눈감아 버려서야 되겠는가.
 
독일의 그림 형제가 쓴 <백설공주>는 동화지만 어른들에게는 공포소설이다. 못된 왕비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고 물을 때마다 그 거울은 “당연히 왕비님입니다!”라고 답한다. 결말은 다들 아는 그대로다.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일가에 대한 검증 기준, 백설공주의 거울과 비슷하면서 다른 ‘조국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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