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習 시대 주역 될 '치링허우'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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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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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지방정치 주도 세력으로 부상

  • 習 장기 집권 중 정계 장악 전망

  • 항저우 등 중심도시 1인자 도약

  • 내부경쟁에 승진·도태 희비 갈려

치링허우(七零後·1970년대 출생) 세대로 중국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류제 항저우시 서기(왼쪽부터)와 류훙젠 쿤밍시 서기, 차오루바오 쑤저우시 서기. [사진=신화통신]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의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각 성(省)별로 당대회 개최가 한창이다.

성급 지방정부의 당서기 등 지도부가 대거 물갈이된 데 이어 이들을 보좌할 성 정부 핵심 보직과 주요 도시 수뇌부 인선이 줄을 잇고 있다.

눈에 띄는 키워드는 치링허우(七零後·1970년대 출생) 세대의 약진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3연임에 성공한다면 최소 2027년까지 권좌를 지키게 된다.

중국 지방 정치의 새 주역이 된 치링허우는 5년 이후 혹은 그 뒤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시 주석의 집권기 중 중앙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세대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어떤 이는 '최연소' 수식을 연거푸 따내며 승승장구하는 한편, 또 다른 이는 끈 떨어져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의 희비 쌍곡선도 목격된다. 

◆치링허우 '젊은피' 각지서 두각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열리는 전체 당대회를 앞두고 대략 1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지방 당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도 지난 10월부터 지방 당대회가 속속 개막하고 있는데, 우선 성급 지방정부별로 당서기의 유임 및 신임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인선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최고 의결 기구인 당위원회 상무위원단을 새로 구성하게 된다. 당서기와 성장, 부성장, 성도(각 성의 중심 도시) 서기 등 11~13명의 상무위원을 두는 게 관례다. 

각 성과 자치구의 상무위원들은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연임과 신임 최고 지도부 구성 등 안건의 의결에 참여할 핵심 계층이다.

최근 들어 지방 상무위원 중 치링허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7일 베이징일보와 펑파이신문 등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0월 이후 13개 성에서 새로 임명된 상무위원 중 치링허우 세대는 27명으로 집계됐다.

여성은 차이리신(蔡麗新) 광시좡족자치구 부주석과 장잉춘(張迎春) 후난성 샹탄시 서기, 궈닝닝(郭寧寧) 푸젠성 부성장 등 3명이다. 1971년생인 차이 부주석은 성급 지방정부 상무위원 중 여성으로는 최연소다. 

소수민족은 웨이타오(韋韜) 산시성 타이위안시 서기(좡족)와 추장(邱江) 윈난성 부성장(거라오족), 푸부둔주(普布頓珠) 시짱자치구 창두시 서기(짱족) 등 5명이다. 

◆지방 중심도시 '1인자' 물갈이 중 

각 성의 수도 역할을 하는 성도를 비롯해 지방 중심 도시의 1인자들도 점차 치링허우로 교체되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30일 장쑤성 당위원회는 차오루바오(曹路寶) 옌청시 서기를 쑤저우시 서기로 승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장쑤성의 성도는 난징이지만 경제력은 쑤저우가 앞선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조 위안을 돌파했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조6300억 위안을 기록해 중국 내 6위에 올랐다.

중국 도시 중 쑤저우보다 GDP 규모가 큰 곳은 경제 일번지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선전·광저우·충칭 등에 불과하다. 

차오 서기의 직전 부임지인 옌청은 친한(親韓) 정서로 유명한 지역이다. 옌청에는 기아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둥펑웨다기아 등 1000여개의 크고 작은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옌청시 시장 신분으로 기자와 만난 적이 있는 차오 서기는 "옌청(鹽城)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대부분의 도로 표지판에 중문과 한글을 병기하는 도시"라며 스스로를 지한파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중 경제의 원활한 순환은 (중국의) 국제 대순환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시진핑 체제의 새로운 경제 발전 로드맵인 쌍순환(雙循環) 전략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향후 한국과 쑤저우 혹은 장쑤성 간의 경제 협력 강화를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12월 1일과 2일에는 각각 윈난성과 저장성 성도인 쿤밍시와 항저우시 서기가 치링허우로 교체됐다.

류훙젠(劉洪建) 쿤밍시 신임 서기는 1973년생으로 중국 내 27개 성도의 당서기 중 가장 젊다. 

그는 1993년부터 2020년까지 푸젠성에서만 경력을 쌓았는데 빈곤 퇴치와 관광업 활성화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빈곤층이 많고 관광업 비중이 큰 윈난성으로 자리를 옮겨 부성장을 거쳐 쿤밍시 서기로 영전하게 된 배경이다. 

류제(劉捷) 항저우시 신임 서기는 후난성과 장시성, 구이저우성에 이어 저장성까지 다수 지역을 넘나들며 경험을 축적한 사례다.

베이징과기대에서 야금학을 전공한 그는 후난성의 국유 제철기업 샹탄강철에 입사한 지 13년 만인 35세 때 사장으로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임자인 저우장융(周江勇) 서기는 지난 8월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낙마한 상태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와의 유착 의혹을 받는다.

현지 관료 조직을 일신하기 위해 저장성에 연고가 없는 류 서기를 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열한 내부 경쟁, 희비 엇갈려

치링허우 간부들의 경우 중앙과 지방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뒤 당 중앙위원회의 중앙·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다. 

400명이 채 안되는 자리를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다 보니 한 단계씩 올라서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 도태되는 이도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해 시짱자치구 부주석으로 임명된 이후 올해도 해당 지역 상무위원 자리를 지킨 런웨이(任維) 부주석은 전자에 해당한다.

17세 때 칭화대에 입학해 22세에 열에너지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다. 발전 국유기업인 중국국가전력그룹의 시짱 분사 사장과 또 다른 국유기업 다탕그룹 부사장 등을 거쳐 관료로도 승승장구 중이다. 

43세로 전체 부부급(副部級·부성장 및 차관급) 간부 중 최연소를 기록했고, 45세에는 최연소로 성급 지방정부 상무위원이 됐다.

반면 인사철이 도래할 때마다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곤 하는 후하이펑(胡海峰) 저장성 리수이시 서기는 올해도 승진에 실패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아들인 후 서기는 대표적인 '궈얼다이(國二代·중국 최고지도자의 자녀)'로 시안, 다롄, 난창 등 대도시 서기 승진설이 돌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미래 지도자 경쟁에서 도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공공연하다. 후 전 주석의 출신 배경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도 후광이 돼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1972년생인 후 서기는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내년에 50세가 된다. 더 밀리면 권력의 핵심으로 다가설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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