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국유기업 베이징 엑소더스
  • 전자·조선·발전 등 잇단 지방행
  • 비수도 기능 분산, 지역 활성화
  • '習의 도시' 슝안신구 최대 수혜
  • 코로나 직격탄 후베이성 U턴도

중국 최대 석유화학 국유기업인 중국중화의 슝안신구 본사 전경. 중국중화는 지난 5월 본사를 베이징에서 허베이성 슝안신구로 이전했다. [사진=바이두]

지난 11월 26일 중국 공산당 내 최고 권위의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와 광둥성 정부가 공동 개최한 '2021 중국전자정무포럼'은 행사 내용 외에 다른 이슈로 화제가 됐다.

패널로 참석한 루이샤오우(芮曉武) 중국전자정보산업그룹(CEC·중국전자그룹) 회장이 12월 중에 본사를 베이징에서 광둥성 선전으로 이전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이다.

중국전자그룹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직접 출자한 중앙 국유기업으로 자회사 중 상장사만 15곳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2479억 위안(약 46조3200억원), 직원 수는 18만명을 웃돈다. 

재계의 놀란 가슴이 진정될 새도 없이 같은 날 또 다른 중앙 국유기업인 중국선박그룹 역시 베이징에서 상하이로의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중국 1·2위인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중국선박중공그룹 간 합병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 조선사다. 고용 인원은 35만명에 육박한다.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두 공룡 기업이 본사를 옮기기로 한 건 자의 반 타의 반의 결정이다.

수도 베이징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사회적 및 인적 자원을 분산하려는 정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나은 경영 환경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지역 경제 회복과 동서 간 경제 격차 해소를 이유로 지방 이전을 강요받는 사례도 있다.

올해 들어 베이징에 본사를 둔 거대 국유기업 중 7곳이 이른바 하방(下放·지방으로 이동)을 선언했다. 이런 기조는 국유기업 개혁 어젠다와 맞물려 상당 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국유 공룡 75% 베이징에 주둔 

중국에는 총 122개의 중앙 국유기업이 있는데 국자위가 출자한 뒤 직접 관리하는 곳은 96개다. 여기에 금융·철도·우편·담배·출판 등 정부 입김이 거센 분야의 26개 기업이 추가된다.

이 가운데 93곳이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3대 이동통신사와 4대 국유 은행 등 매출액 기준 공룡으로 불릴 만한 기업들이다.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의 본사 소재지를 봐도 베이징이 60개로 가장 많다. 도쿄(39개)와 뉴욕(17개), 런던(15개) 등 다른 대도시와의 격차가 현저하다.

다만 최근 들어 거대 국유기업의 베이징 엑소더스가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 베이징의 지위를 정치·문화 분야와 국제 교류,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비수도 기능은 지방으로 분산 배치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 때문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른 최대 수혜 지역은 허베이성 슝안신구(雄安新區)다. 

슝안신구 건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 발전을 도모할 역사적 공사"라고 언급할 만큼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는 프로젝트다.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중앙 국유기업이라면 당연히 눈길을 줄 만하다.

실제로 미국에 맞서 위성 인터넷 경쟁을 주도할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은 국유기업 중 최초로 슝안신구에 본사를 설립했다. 

지난 4월 열린 이 회사의 창립 행사에 중국 권력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직접 참석할 만큼 범국가적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이어 5월에는 중국중화(시노켐 홀딩스)가 본사를 슝안신구로 옮겼다. 지난 3월 중국 양대 국유 석유화학 공룡인 시노켐과 켐차이나가 합병을 선포한 지 두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아울러 다수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너지 국유기업 중국화능그룹도 슝안신구로의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인뱌오(舒印彪) 중국화능 회장은 지난 8월 장궈화(張國華) 허베이성 부성장 겸 슝안신구 관리위원회 주임을 만난 자리에서 "본사 이전은 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전 업무를 잘 추진해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올해 脫베이징 선언만 7곳 

수 회장의 말처럼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본사 이전에 나선 경우도 있다. 

앞서 얘기한 중국전자그룹과 중국선박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전자그룹은 집적회로와 주요 전자부품 생산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영위하는 기업이다. 

중국 전자정보통신(ICT) 산업의 메카이자 개혁·개방 일번지인 선전으로 가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선전을 기반으로 일어선 화웨이와 텐센트, ZTE 등 민영 대기업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게 목표다. 

오는 12월 15일 본사를 상하이로 옮기기로 한 중국선박그룹도 마찬가지다. 상하이는 물동량 기준 세계 1위의 항구 도시다. 

상하이 정부 측은 중국선박그룹의 본사 이전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핵심 기술 확보와 국내외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시 정부도 전력으로 지원해 해양·제조 강국 건설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베이징을 떠나기로 한 중앙 국유기업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7곳이다. 

그중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후베이성의 대표 기업 중국창장싼샤그룹의 복귀 소식도 있다.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 댐인 싼샤댐을 운영하는 창장싼샤그룹은 댐이 완공된 2009년 베이징으로 본사를 옮겼다가, 12년 만인 올해 본거지인 후베이성으로 재이전하기로 했다. 

사측은 지난 9월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고향에 큰 선물을 안겼다. 

후베이성을 비롯해 우한·이창(후베이성 최대 및 제2의 도시) 등 지방정부 3곳과 총 3645억 위안(약 68조원)을 투자해 산업단지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것이다. 

창장싼샤그룹은 직원의 3분의2 정도가 후베이성 출신일 정도로 지역색이 강한 기업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황폐화한 후베이성 경제 회복에 일조하라는 정부 차원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후베이성에서 나고 자란 기업이 고향을 위해 기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역내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 국유기업 중 본사 소재지가 베이징 외 지역인 곳은 29개다. 

연내 이전될 기업까지 포함하면 상하이가 8개로 가장 많고 이어 홍콩·마카오(6개), 동북 지역(5개), 광둥성(4개), 우한(3개), 슝안신구(2개), 쓰촨성 청두(1개) 등의 순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국유기업의 본사 이전은 경영 개혁의 일환일 뿐 아니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며 "농업 관련 국유기업은 동북으로, 에너지 관련은 서북으로, 해양 경제와 관련된 곳은 상하이나 하이난성 등으로 본사를 옮기는 등의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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