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1조원 자산의 향방과 '현금 엑소더스'... 日 통일교 청산은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

  • 아사히 "선거 지원받은 장관이 직접 해산 명령"... 정치적 동지에서 사형 집행인으로

  • 해산 직전 '수십억 엔 퇴직금' 기습 처리... 피해 배상금 줄이려는 교단의 '자금 소진' 꼼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을 대리하는 변호사 후쿠모토 노부야가 지난 4일 일본고등법원의 통일교단 해산 명령 유지 판결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지지통신AFP연합뉴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을 대리하는 변호사 후쿠모토 노부야가 지난 4일 일본고등법원의 통일교단 해산 명령 유지 판결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지지통신AFP연합뉴스]



도쿄고등법원의 해산 명령 효력이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1시경, 도쿄 시부야구 쇼토의 교단 본부 예배당에는 묘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급히 소집된 50여 명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교단 직원 앞에 나타난 것은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단이었다. "오늘 중으로 소지품을 챙겨 귀가하라"는 청산인의 명령과 함께 업무용 개인용컴퓨터(PC) 지참이 금지되자, 한 교단 직원은 "벌써 왔나"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청산인들은 자산 은닉을 막기 위해 교단 직원들의 계정 접근권을 즉시 차단하고 사실상의 본부 점거에 나섰다. 42년간 이어온 '종교 비즈니스'가 법적 강제 청산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교단 입장에서 이번 청산이 더욱 비정한 배신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정치적 파트너'에게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3년 10월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를 공식 발표한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2년 전 선거 당시 교단 측과 사실상의 '정책 협정'에 해당하는 추천 확인서에 서명하고 신자들의 전폭적인 투표 지원을 받아 당선된 인물이었다. "선거를 지원해 국회로 보내준 사람에게 짓밟히다니 있을 수 없다"는 교단 측의 절규는 비정한 정치적 이해관계 앞에서 메아리에 그쳤다. 수십 년간 선거를 돕던 동지가 정권 유지라는 명분 아래 '사법적 사형 집행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제 전쟁터는 법정에서 '돈의 흐름'으로 옮겨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교단이 보유한 총자산은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 668억 엔(약 6449억원)을 포함해 약 1040억 엔(약 975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피해자 변호인단이 추정하는 누적 피해 금액은 약 1340억 엔(약 1조2561억원)을 넘어서고 있어, 교단의 전 재산을 털어도 300억 엔 이상의 '배상 구멍'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전국영감상법(靈感商法)대책변호사연락회는 7일 성명을 내고 "청산 절차의 본질은 피해자 구제라는 기본 자세 아래, 향후 탈퇴할 잠재적 피해자까지 포함한 모든 이들에 대한 철저한 배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청산인 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결국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누락 없는 배상"이라는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교단이 숨겨둔 마지막 자산까지 얼마나 샅샅이 찾아내느냐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된 셈이다. 지난 5년간의 대규모 해외 송금 탓에 가뜩이나 배상 재원이 부족한 실정에서, 청산인단의 최우선 과제는 교단 내부에 남은 자산을 한 푼이라도 더 신속하게 선점하는 일로 좁혀졌다.

하지만 사법부의 '자산 추적'이 채 시작되기도 전, 교단은 이미 배상 재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기민한 '자금 소진' 작전으로 맞불을 놨다. 법원 판결로 자산이 동결되기 직전,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40명에게 통상적인 퇴직금에 거액의 가산금을 얹어 주는 '할증 퇴직금' 지급을 기습적으로 확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사히신문은 피해 배상에 쓰여야 할 현금을 내부 인력에게 우선 배분한 이 조치를 두고 "법망을 피한 기습적 현금 엑소더스"라고 비판했다.

자산의 최종 향방을 둘러싼 위장 단체 논란도 거세다. 교단은 남은 자산을 홋카이도에 본부를 둔 '천지정교(天地正教)'라는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천지정교가 교단이 자산 보호 및 종교 활동 지속을 위해 내세운 사실상의 위장 단체라고 분석했다. 법인격이 박탈되어 세제 혜택과 법적 지위를 잃더라도, 자산을 미리 옮겨둔 신규 단체를 통해 사실상의 활동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과거 옴진리교 해산 당시 자산 은닉을 위해 벌어졌던 '가짜 채권자' 소동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해산 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지난 4일 상고 방침을 굳힌 교단 측은 9일 최고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하며 최후의 법적 저항에 나섰다. 하지만 사법부의 집행 의지는 단호했다. 이미 4일 법인 등기부에 교단의 해산과 청산인 취임이 공식 기재되면서, 교단의 모든 자산은 청산인단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됐다. 변호인단 역시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자산 은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피해 구제 재단' 신설을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청산인에게 교단의 실태를 상세히 전달해 단 한 푼의 재산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며 청산인 측과의 긴급 면담을 예고하며 교단을 압박했다.

약탈적 포교의 법적 종말은 선고되었지만, 진정한 피해 구제를 위한 '돈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수년간 교단을 이끌었던 다나카 회장은 결국 사과와 함께 물러났고, 최고 수장인 한학자 총재를 둘러싼 한국 내 수사 상황까지 겹치며 교단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법과 여론의 심판 앞에 선 '헌금 왕국'이 남긴 거대한 자산의 향방과 그 이면에 숨겨진 자금 유출의 실체를 한일 양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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