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8일 오전, 도쿄 시부야구 쇼토(松濤)의 고급 주택가.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거주하는 이 조용한 동네 한복판에 위치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본부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교단 우호 단체인 '국제승공연합' 간부들이 모여 이틀 뒤 치러질 참의원 선거의 막판 전략을 점검하던 자리였다. 지원 대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비서를 지낸 자민당 이노우에 요시유키 후보. 교단이 전폭적으로 화력을 집중하던 핵심 인물이었다.
한창 회의가 진행되던 중, 교단 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베 전 총리가 유세 중 총에 맞았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이 총성이 42년 역사를 가진 교단의 해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간부들은 사건 현장으로 급파되면서도 "일시적인 소동일 뿐,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며 사태를 낙관했다.
아사히신문이 재구성한 이 에피소드처럼 교단 지도부가 사태 초기 상황을 낙관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자민당과의 '정치적 밀월'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있었다. 범인 야마가미 테츠야는 "어머니가 교단에 1억 엔(약 9억 3700만원)을 기부해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났다"며 교단에 대한 깊은 증오를 범행 동기로 밝혔다. 특히 그는 아베 전 총리가 해당 종교 행사에 보낸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고, 교단이 일본 사회에 확산되는 데 아베 전 총리가 큰 기여를 했다고 확신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전대미문의 정치 테러 이면에 거대 종교 조직의 약탈적 포교와 정치권의 유착이라는 복합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실제로 자민당 의원들의 낙관과 달리 여론은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폭로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80대 피해 여성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친근하게 접근한 후, 관계가 돈독해지자 아픈 아들을 걱정하는 노모에게 교단 측은 "아들이 아픈 것은 조상이 지옥에서 울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포를 심어준 뒤, 공양을 위해서라며 불상과 항아리를 강매하고 노후 자금 2900만 엔(약 2억 6000만 원)을 가로챘다. 5년간 이어진 수탈 끝에 여성이 "더 이상 돈이 없다"고 애원하자 교단은 그제야 탈퇴를 허락했다.
이러한 교단 측의 만행의 배경에는 한국 본부의 무리한 지시가 있었다. 도쿄고등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2018년부터 5년간 일본 교단이 해외로 송금한 자금의 90% 이상인 누적 656억 엔(약 5900억 원)이 한국 본부로 향했으며, 이 과도한 송금 요구가 일본 내 조직적 불법 강매 등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었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특히 일본 사회가 교단의 가장 큰 폐해로 지목하는 행태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이다. 이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조상의 불행 등을 빌미로 공포심을 조장해 항아리나 도장 같은 물품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강매하는 수법으로, 앞서 소개된 80대 노모 사례가 그 전형이다. 결국 일본 신자들의 영적 공포를 자극해 뜯어낸 자금이 한국 본부의 거대 자금줄로 흘러 들어갔음이 이번 사법부 판단으로 재차 공식화된 셈이다.
비극은 자녀 세대에게도 대물림됐다. 부모의 강압적인 신앙 교육 속에서 자라난 이른바 '종교 2세'들의 증언이 터져 나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 30대 남성은 먼지와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매일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자해를 반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부모는 가사와 육아보다는 한국 본부로 보낼 '헌금 목표'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만 돌아 다녔다. 아베 전 총리 피격범 역시 이러한 비극적 구조 속에서 탄생한 종교 2세였다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겼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난공불락이라 믿었던 정치권의 방어막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사태 초기, "조만간 조용해질 것"이라며 굳이 해산할 필요가 없다던 의원 지원 모임은 결국 여론의 압박 속에 사라졌다. 대외적으로는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수면 아래에선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다"며 은밀히 이해를 구하던 의원들조차, 시간이 흐르자 교단 간부가 보낸 라인(LINE) 메시지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수십 년간 이어온 밀월이 비정한 '꼬리 자르기'로 마침표를 찍었음을 보여주는, 잔인한 '읽씹(메시지 무시)'이었다.
결정타는 2022년 10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국회 답변이었다. 그는 '형법상 범죄'에만 국한됐던 종교법인 해산 청구 기준을 뒤집고, "조직성·악질성·계속성을 갖춘 민법상 불법행위도 해산 사유"라는 파격적 유권해석을 내놨다. 형법상 처벌 전례가 없음을 방패 삼아 안주하던 교단 지도부의 낙관론을 정면으로 깨부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정치권의 보호와 법적 퇴로가 차단된 것을 직감한 다나카 도미히로 당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본부 최상층인 6층 회의실에 간부들을 긴급 소집했다. 평소 인자한 미소를 짓던 그는 이날만은 굳은 표정으로 "정부가 결국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이제부터는 우리도 전쟁"이라는 선언과 함께 전면적 법적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피격 이후 약 4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지난 4일 내려진 도쿄고등법원의 판단은 준엄했다. 법원은 교단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에도 연간 561억 엔이라는 무리한 헌금 목표를 유지하며 신자들을 압박했다는 구체적인 팩트를 제시하면서, "피해를 방지할 수단은 해산뿐"이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42년에 걸친 교단의 법적 지위가 박탈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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