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무시무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했는데 한국 기업 역사상 최초 사례다. SK하이닉스도 4분기 영업이익이 18조원 안팎으로 연간 기준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강한 업황 회복세가 예상된다. AI 서버, 데이터센터, 초고성능 컴퓨팅 등 구조적 수요 확대로 반도체 시장 자체가 이른바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331억 달러(약 150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동량이다. 최근의 호조세를 이어가려면 성장 동력이 꺾이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반도체 제품은 수명 주기가 짧고 일단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이 급락하는 만큼 투자 시점이 한 분기만 늦어져도 점유율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 반도체는 시간이 곧 돈인 산업이다.
비근하게는 지난해 인텔이 300억 유로(약 51조원)를 들여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을 짓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 정치적 논쟁과 보조금 등 조건 변경이 반복되며 기업을 궁지로 몰았다.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의사 결정에 미치는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반도체 부지 이전은 입지 재선정과 인허가 절차 등을 리셋하는 데 수년이 소요된다. 그 사이 TSMC·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공격적으로 팹을 확충할 것이다. 반도체 르네상스를 이끌 인재 수급도 문제다. 반도체 팹 경쟁력은 공정 개발과 수율 개선을 책임지는 고급 인력에서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인력 유치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정주 여건이 열악한 수도권 외 지역으로의 강제 재배치는 인재 엑소더스를 부채질할 뿐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우리만 누리는 기회가 아니다. 기술 선점과 생산 시설 적기 확충이 이뤄지지 못하면 경쟁 우위는 순식간에 소멸한다. 이미 궤도에 오른 용인 반도체 산단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작금의 무용한 논쟁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등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어렵게 열어 젖힌 코스피 5000 시대의 지속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흔들림 없는 정책 실행과 국내 증시의 신뢰 프리미엄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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