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며 LNG 공급 불안이 확산되자, 유럽으로 향하던 LNG 수송선들이 해상에서 대거 아시아로 행선지를 변경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LNG 가격이 폭등하자, 더 높은 수익을 노린 선박들이 유럽행을 포기하고 아시아로 기수를 돌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현물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요 공급원인 카타르의 생산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다. 세계 2위 LNG 산출국인 카타르의 국영 기업 '카타르 에너지'는 지난 2일 조업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유로 생산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S&P 글로벌 에너지의 가와사키 아츠코 스페셜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시아행 4월 인도분 LNG 현물 가격 지표(JKM)는 9일 기준 100만 BTU당 24.8달러를 기록하며 2월 말 대비 2배 이상 폭등했다. 20달러 선인 유럽보다 4달러가량 높은 가격이다.
가격 차가 벌어지자 바다 위에서는 긴박한 ‘유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를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던 ‘에리사 아리데아’호가 대서양 한복판에서 일본 지바현 훗츠항으로 항로를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격적인 항로 변경은 계약상 목적지 제한이 없는 미국산이나 나이지리아산 LNG 물량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 간 가격 차가 벌어지면 더 비싼 시장으로 즉각 배를 돌릴 수 있는 에너지 시장의 ‘유연한 계약 구조’가 작용한 결과다. 유럽 조사기관 케이플러의 가타야마 고 프린시펄 애널리스트는 “중동 사태 이후 최소 7~8척이 항로를 바꿨다”며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배가 행선지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박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긴 경로를 택하면서까지 아시아행을 택하고 있다.
특히 한국(15%)과 대만(34%)처럼 카타르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은 의존도가 6%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오다카 마사노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올해 많은 원전이 정기 점검으로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라 화력 발전용 LNG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현물 시장의 대체 조달에 의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도나 파키스탄 등 신흥국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며 2022년 우크라이나 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에 물량을 빼앗긴 유럽도 결국 매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글로벌 에너지 쟁탈전은 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단체인 가스 인프라스트럭처 유럽(GIE)에 따르면 유럽의 LNG 재고 수준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인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에너지경제사회연구소의 마츠오 고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유럽은 결국 가스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며 "아시아와의 확보 경쟁을 유발해 두 지역 모두의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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