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 충칭, 제일 위험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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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11-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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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주민 영양·질환 현황 발표...충칭 식습관 위험도 '최고'

  • 염분, 섭취량 세계 1위...뇌졸중 발병자 중 중국인 40% 육박

  • 충칭·쓰촨성, 육류·설탕 소비 압도적...즐겨먹는 훠궈가 원인

  • 티베트 등 서부, 기름 과다 섭취...북부는 절인 채소 많이 먹어

중국 충칭[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020년 중국 주민 영양 및 만성 질환 현황 보고' 발표회를 개최했다.

2015년 대비 중국인 평균 신장과 체중, 흡연 및 음주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18세 이상 남녀 평균 체중은 69.6㎏과 59㎏으로 5년 전보다 각각 3.4㎏과 1.7㎏ 증가했다.

성인 비만율은 50%를 넘었고 6~17세의 경우 20%, 6세 미만 아동도 10% 정도가 비만 상태라는 결과가 나오자 좌중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신문판공실 측은 "식생활 구조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며 "지방과 염분 섭취량은 권장 수치보다 높은 반면 과일·콩·유제품 소비량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들의 과체중·비만 수준이 심각하다"며 "도시와 농촌에 걸쳐 연령대별 비만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의학전문저널 란셋은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인의 사망 1위 질환이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병으로 집계됐는데 무려 40%에 가까운 수치였다.

식습관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도한 염분 및 설탕·육류·기름 섭취가 평균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20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선진국병이 만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금 바다' 지역은 어디

영국 퀸 메리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염분을 섭취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평균 염분 섭취량은 5g이지만 중국인은 12g으로 2배가 넘는다.

이는 뇌졸중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인데, 2016년 기준 전 세계 뇌졸중 발병자 1370만명 가운데 551만명이 중국인으로 4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염분을 섭취하는 지역은 닝샤회족자치구로 14.4g의 소금을 먹는다.

이어 허베이성(12.7g)과 쓰촨성(12.4g), 산둥성(11.6g), 충칭(11.5g), 랴오닝(11.5g)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전형적인 북고남저(北高南低) 형태다. 남부의 홍콩(7.6g)과 광둥성(8.5g), 장시성(8.9g) 등과 격차가 현저하다.

이에 대해 봉황TV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북쪽은 절인 채소를 많이 먹는데 대부분 염분 함유량이 많은 식품"이라며 "염분 섭취가 과도하면 뇌졸중 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

◆훠궈에 설탕이 들어갈까

WHO가 23개 국가의 성인 사망 원인을 조사했는데, 과도한 당분 섭취가 흡연보다 위해했다.

당분을 많이 섭취하는 군은 평균 섭취군보다 수명이 10~20년 짧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분은 고혈압과 담결석, 골다공증 등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에서는 어느 지역 사람들이 설탕을 좋아할까. 일반적으로 광둥성과 푸젠성, 저장성 등 남동부 연안 지역이 떠오른다.

설탕을 잔뜩 묻힌 디저트로 유명한 지역들인 탓이다.

매년 평균 당분 섭취량으로 따지면 충칭이 2.7㎏으로 1위다. 쓰촨성이 2㎏으로 2위다. 뒤로는 푸젠성(1.8㎏), 광둥·저장성(1.5㎏) 등이 보인다.

음식이 맵기로 소문난 충칭과 쓰촨성이 상위권에 자리한 이유는 훠궈(火鍋) 때문인데, 일종의 중국식 샤부샤부다.

훠궈 육수에 투입되는 매운 고추와 설탕의 비중은 대략 5대 3 정도다. 훠궈로 유명한 충칭과 쓰촨성의 설탕 소비량이 많은 게 우연은 아니다.

◆티베트 사람은 느끼하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량샤오펑(梁曉峰) 부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 내 80% 이상의 가정에서 권장치를 초과한 식용유를 쓴다"며 "기름을 좀 적게 먹으라"고 권고했다.

지방 과다 섭취는 비만과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병 등의 발병 요인이다.

한 중국인은 "예전에는 집에 기름과 물이 많은 게 동네 자랑거리였다"며 "수십년이 지나 요즘엔 기름을 안 먹는 게 유행이라 의아할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중국에서 기름을 많이 쓰는 지역을 살펴보면 서부 편중 현상이 나타난다.

서부의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와 닝샤, 칭하이성 등 지역은 중국 평균 소비량의 2배를 넘는다.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티베트 출신 인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소·양 젖을 굳혀 만든 기름에 차를 부어 먹는 '수유차(酥油茶)'를 내왔다.

티베트에서는 손님을 맞을 때 늘 제공하는 음료라고 하니, 느끼한 티를 낼 수도 없었다.

◆쓰촨 사람 육류 소비 베이징 2배

쓰촨성 혹은 옆 동네 충칭은 저녁에 훠궈를 먹는 게 일상이다. 그네들은 자랑거리로 치지만, 권하는 대로 먹다 보면 다음날 화장실에서 하루 종일 머물 만큼 마라(麻辣·마비될 정도로 얼얼함) 맛이 강하다.

훠궈 육수 안에는 모든 식재료가 투입된다. 베이징의 경우 양고기와 쇠고기, 각종 야채나 버섯 등을 넣어 먹지만 쓰촨성 성도인 청두나 충칭에서는 돼지 뇌나 직경 5㎝가 넘는 번데기 등 온갖 재료가 동원된다.

육류 소비량을 봐도 쓰촨성(41.1㎏)과 청두(39.9%)가 압도적이다. 훠궈의 고장답다.

인근 후난성(31.8㎏)과 구이저우성(30.5㎏), 윈난성(30.9㎏) 등도 녹록지 않다. 비슷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목축이 주요 수입원인 간쑤성(17.2㎏)과 신장위구르자치구(21.6㎏), 칭하이성(25.1㎏) 등이 육류 소비량이 적은 이유도 궁금했다.

"주로 낙농 제품을 먹고 고기는 외부에 파는 게 대부분"이라는 게 현지인의 답이었다.

◆코끼리는 채소만 먹는다

성체 고릴라는 하루 일과 중 70% 이상을 먹는 데 소비한다. 베이징 동물원 측은 하루 평균 200개 사과와 60개 배추 등 28㎏어치를 먹는다고 소개했다.

코끼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식사량이 열량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다는 게 맹점이다.

중국에 '고기 없인 기쁨도 없다(不吃肉不快樂)'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의 채소 소비량은 기준 미달이다.

WHO는 하루 평균 400g 안팎의 채소를 먹으라고 권고한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 필수 요소를 섭취하기 위한 최소 기준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146kg 정도인데, 중국에서 채소를 가장 많이 먹는 곳(충칭·142.85kg)도 기준 미달이다.

동부의 푸젠성(89.5kg)과 저장성(96.5kg), 상하이(98.8kg) 등은 WHO 기준을 한참 밑돈다.

국가통계국 통계를 살펴보면 수도 베이징의 경우 대부분의 수치가 평균 이하다.

염분의 경우 하루 평균 소비량이 10.3g, 당분과 육류는 매년 각각 1.1kg과 22.9kg으로 중하위권이다.

봉황TV 산하 주간지 봉황위클리는 국가통계국 자료를 활용해 중국 내 식습관 관련 위험도를 산정했는데 충칭이 63.71%로 1위였다.

이어 쓰촨성(59.65%), 헤이룽장성(54.85%), 닝샤(53.80%), 후난성(50.82%), 랴오닝성(50.12%) 등이 50%를 웃돌았다.

반면 상하이(46.47%)와 베이징(42.68%)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식습관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경제력과 정비례하는 것 같다"며 "동부 연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건강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내부로의 확산도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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