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윤창호법 통해 일괄 가중처벌하는 것은 위헌"
  • 진행 중인 수사·재판에도 영향...15만명 이상 수혜 예상
  • 전문가 "재심 진행해도 무죄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워"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재판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윤창호법으로 일괄 가중처벌하는 것은 위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도로교통법 중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소위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 2회 이상 위반 시 징역 2~5년 형이나 벌금 1000만~2000만원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해 6월 재개정 이후에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가 제외됐다.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 피해자 윤창호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다. 이전까지는 3회 이상 적발 시 징역 1~2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음주운전 단속기준도 강화됐다.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조정했다.

헌재는 2018년 12월 24일 개정돼 2020년 6월 9일 재개정 전까지 실시된 윤창호법에 대해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의견은 7대2로 나뉘었다. 해당 법안을 위헌으로 판단한 재판관들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따라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 과거의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령 현행법상 10년 동안 2차례 음주운전을 한 사람과 1년 동안 2차례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동일하게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10년 전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이 현재 음주운전으로 또 한 번 적발된 것에 대해 사회구성원의 생명‧신체를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다.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조치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헌재 판결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해 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처벌 대상에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해도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돼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 요소를 고려해 집행유예 선고나 선고유예도 가능하다.
 
진행 중인 수사·재판에 혼란 불가피...15만명 수혜 예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위헌 결정 조치로 현재 진행 중인 음주운전 관련 재판과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대검찰청은 헌재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 관련 처벌 규정의 효력이 상실된 것에 대해 일선 검찰청에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반복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도로교통법에 원래 존재한 음주운전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벌칙 조항에 명시된 기준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수준인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8~0.2% 수준은 징역 1~2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은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만~2000만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중인 사건은 현재 가중조항을 고려하지 말고 단속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해야 한다.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가중 조항이 아닌 음주운전을 기초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행법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의 재심 청구 가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 법원이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 가중처벌 규정이 위헌이지, 음주운전 그 행위로는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검·경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으로 입건된 사람이 2019년부터 매년 5만~6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헌재 결정으로 15만명 이상의 범법자가 감경‧석방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음주운전을 반복해 공분을 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자 래퍼 노엘(장용준)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엘은 지난해 음주운전 및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노엘은 집행유예 기간 중 무면허 운전으로 접촉 사고를 냈다. 당시 노엘은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헌재 결정을 두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응답자 63.0%가 ‘음주운전 경각심을 느슨하게 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일반 법령을 적용하되 반복 음주운전에 대한 가중처벌 사유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구형할 계획이다. 이미 유죄 선고가 나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피고인을 위해 항소‧상고를 제기한다. 재판 결과가 확정된 사건은 처벌 당사자가 재심 청구를 하면 공소장 변경 등의 조처가 내려진다.

앞서 승 연구위원은 “낙태죄처럼 단순 위헌이 아니라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왔거나 주문을 좀 더 신중히 했다면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에 따른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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