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중국판 자라’ 라샤펠 눈덩이 부채로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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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11-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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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부채 7200억원 ... 채권단 파산청산 신청서 제출

  • 재무난 심각... 적자폭 늘고 휘말린 법정분쟁만 50여건

  • 2018년 1만개 달했던 매장수 300개 수준으로 급감

라샤펠 매장의 모습 [사진=라샤펠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패션 거물 라샤펠(拉夏貝爾·La chapelle)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 라샤펠의 일부 채권단이 회사의 채무 변제 능력을 우려해 파산청산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중국판 자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라샤펠이 벼랑 끝에 몰린 건 급격한 매장 확대와 디자인·품질 향상의 실패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라샤펠 채권단, 파산청산 신청서 제출... "채무 상환 능력 없어"
24일 중국 검색 포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는 ‘라샤펠 파산’이라는 검색어가 상위권에 걸렸다. 중국판 자라로 불리며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대형 패션 업체의 파산 신청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 신랑재경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저녁 자싱청신(嘉兴诚欣)을 포함한 라샤펠의 채권자 3곳은 우루무치시신시구인민법원에 라샤펠에 대한 파산청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라샤펠이 이미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으며, 이를 청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파산청산신청은 중급인민법원이 관할한다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다. 라샤펠이 이번 파산 신청 결과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설명한 이유다. 라샤펠은 이날 채권단의 파산신청서 제출 상황을 전하면서 "아직 법원으로부터 파산 신청에 대한 어떠한 판결도 전달받은 게 없다"며 "앞으로 채권단, 법원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조속히 채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번 문제가 알려지면서 드러난 라샤펠의 현재 재무상태는 충격적이다. 신랑재경에 따르면 라샤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달린 자금난 탓에 약 58건의 법적 계약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로 인해 동결된 자산도 1억2600만 위안(약 234억원)이 넘는다.

회사 실적도 최악이다. 3분기 라샤펠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16% 급감한 3억65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적자는 2억8900만 위안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3분기 기준 라샤펠의 총 부채 규모도 38억6100만 위안에 달한다. 우리돈으로 약 7200억원이다.
 
사스 창궐 당시 기회 잡고 성장했지만... 공격적인 매장 확대가 발목
라샤펠은 1998년 싱자싱(邢加興)이 설립한 업체다. 세련된 스타일과 디자인 등이 젊은 여성층에 인기를 얻으며 창업 후 20년 간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라샤펠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당시 가파른 성장세를 거뒀다. 경쟁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주문을 취소한 기회를 틈 타 생산을 대폭 늘린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이후 라샤펠은 2014년 홍콩에 상장했고, 2016년에는 매출이 100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17년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중국 기업 최초로 상하이·홍콩에 이중 상장한 패션업체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중국 패션업체들의 질적 성장세에 밀려 라샤펠은 업계 경쟁에서 우위를 잃었다. 라샤펠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다른 브랜드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공격적인 매장 확대도 발목을 잡았다. 2016년 말 7800개였던 라샤펠의 매장 수는 1년 반 만인 2018년 6월 1만개 가까이 늘었다. 이는 라샤펠의 성장 하락세를 가속화시킨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2020년 라샤펠의 매장 수는 959개로 급감했고 지난 9월 기준으로는 300개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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