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보戰] 美 또 정보 제출 요구? 中 맞불?...‘셈법’ 복잡해진 삼성·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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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11-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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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 제출 시한 8일 기점으로 미·중 긴장 국면 심화 전망

  • 정부·기업, 탄력적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성 한목소리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이 요구한 공급망 관련 정보를 일제히 제출하면서 이를 계기로 미·중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톱 티어인 국내 기업들도 장기적인 대응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손에 쥐면서 중국이 어떤 맞불을 놓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세계 1위,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보 제출 내용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업계는 두 기업이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중 갈등 국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장기전 국면에 든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혹여 ‘새우등이 터지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업계는 이번 정보 제출을 기점으로 향후 양국 간 긴장 국면이 더해질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기업들로선 향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이번 정보 제출 과정에서 특히 기업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고객사 정보를 일단 산업군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향후 미국 정부의 정보 제출 압박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방미,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우리 기업이 이번 정보 제출 과정에서 일부 정보를 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연결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며 “과거 일본의 수출규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업계는 외교 갈등이 있을 때마다 언제든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번 미국의 정보 제출 압박에 대응해 중국이 제 목소리를 내면, 우리 반도체 기업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은 중국 정부가 이번 상황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략적 판단이 끝나면 언제든 중국 역시 우리 기업을 상대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으로선 대수출 1, 2위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 양쪽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한국은 수출의 25.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15.2%로 중국에 이은 2위다. 반도체는 지난해 대중 수출의 31.2%를 차지했고, 이 비중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관련 자본재를 포함하면 33.9%에 이른다. 또 상당 부분 중국으로 유입이 예상되는 대홍콩 반도체 수출액까지 범위를 넓히면 40.5%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고심이 깊은 반면 반중(反中) 정책을 가진 대만 TSMC는 일찌감치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이미 지난 5일(현지시간) 공급망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는 당초 자료 제출 요구에 반감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추후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발빠른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고도의 장기 전략’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물류에 대해서도 ‘자국 내 공급망 해결’을 이유로 제재를 가한다면 피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 매출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며 “미·중 사이에 낀 상황에서 양쪽의 요구사항을 모두 맞춰줄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며 여기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아래쪽 가운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글로벌 공급망 회복 관련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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