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현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경영론을 펼쳤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금주의 클래스e’ 특강을 통해서다. 본지 아주경제신문은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월~목 방영하는 그의 특강을 방송 익일 지상중계했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정신을 다져온 권 고문의 경영철학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빛을 발하는 좌표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12회에 걸친 특강을 통해 그가 지속해서 강조해온 리더의 역할을 다시금 종합하는 것으로 이번 특강 연재물을 끝맺음한다.<편집자 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초격차 경영’의 대명사로 통한다. 초격차의 뜻을 풀이하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끝없는 조직 혁신에 따른 구성원의 격(格)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경제계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그가 2018년 쓴 베스트셀러 <초격차>가 기폭제가 됐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경영은 시대에 따라 방법이 많이 변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변치 않을 원칙이라고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권 상임고문은 이번 EBS 강의에서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경영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면 된다. 그것이 변치 않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12회에 걸쳐 '초격차 경영'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EBS2 방송 갈무리]

 
기업 경영, ‘훌륭한 리더’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
그는 이번 강의 내내 줄곧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큰 틀에서 ‘기본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는 말로 귀결된다. 

권 상임고문은 강의 초반에 “모든 리더는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을 전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임직원을 책임지는 리더라면 항상 본인 스스로 통찰력을 높이고, 결단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를 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세 가지 소양을 갖춘 리더가 많이 있을 때 우리나라의 다양한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리더는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자는 외부 상황을 항상 살피고, 상황 판단을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그 조직의 리더여야 하며, 기업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훌륭한 리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리더, ‘지식과 경험’ 쌓아야…다독과 현장 경영 필수
권 상임고문은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지식을 간접적으로 얻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라며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현장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며 경험을 쌓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더로서 결단력도 중요하다. 흔히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결정을 못 하는 리더들이 있는데, 이는 기본 실력이 없어 자기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무 검토만 많이 하며 하세월을 보내는 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지속적인 투자 결단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의 기반을 다졌다. 다만 고 이 회장도 투자 때마다 항상 실패할 것을 고려해 플랜B도 세웠다고 전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능력뿐만 아니라 (마음)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기본 요건으로 △진솔함 △겸손함 △무사욕을 제시했다.  진솔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관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며, 겸손함은 행동의 예의 바름은 기본이고, 모르는 걸 인정하고 배우겠다는 자세다. 무사욕은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개인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편법이나 부정한 방법을 쓰는 리더는 오래갈 수가 없다는 뜻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12회에 걸쳐 '초격차 경영' 특강을 진행했다.[사진=EBS2 방송 갈무리]

 
급변하는 세상, 리더도 기민하게 변신해야…관리자 대신 ‘시스템 설계자’ 돼야
권 상임고문은 급변하는 세상에 부응하려면 리더도 기민하게 변신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3차산업 시대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을 하려면 CEO(최고경영자)의 기민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3차산업 시대에는 리더들이 상황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미세관리(Micro Management)’를 잘해야 유능하다고 평가받았고 이들을 전문 관리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의 임무에만 집중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신이 없어도 일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훌륭한 경영자다. 이런 시스템을 잘 만들려면 다가오는 미래를 열심히 공부해서 리더 스스로 먼저 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상임고문은 리더의 시간 활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많은 사람의 시간을 컨트롤해야 하는 만큼, 리더 스스로 시간을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데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Not to do list)’을 정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Delegation(위임), Decrease(축소), Discard(폐기)의 ‘3D’를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권한을 위임하고, 불필요한 과정을 축소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폐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필요 없는 업무를 줄이고 3D를 통해 아낀 시간을 활용, 리더는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투자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12회에 걸쳐 '초격차 경영'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EBS2 방송 갈무리]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하면 임직원 신뢰 얻어 ‘지속가능’
권 상임고문은 지속가능한 기업의 전제조건이 되는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외로 CEO나 오너들이 약속이나 규율을 가장 안 지키는 우리나라 기업 특유의 병폐를 꼬집었다. 건전한 조직 문화는 그저 구호성 캠페인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일관되고 지속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즉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현재도 중요하지만, 수백 년 명맥을 유지하는 훌륭한 가풍처럼 조직에도 좋은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특히 리더들의 필사적 의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끼리 ‘소통’이 필수조건이며 충분조건은 ‘신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소통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회의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지향적인 회의를 하라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리더는 △회의 자료는 간략하게 △지시보다는 질문을 많이 △회의를 위한 회의는 금물 △정시에 시작하고 시간 내 완료하는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상임고문은 특히 리더는 ‘경청과 대화’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많은 착각을 하는데, 이는 그동안 듣기(Hearing)와 말하기(Speaking) 방식을 했을 뿐이라는 것.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경청(Listening)과 대화(Talking)’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리더는 부하 직원의 말에 항상 귀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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