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울긋불긋 곱기도 하다, 세종의 가을은 짙어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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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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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호수공원 나무다리 가로지를 땐 물 위를 걷는 듯…환상적 야경 일품

  • 수백마리 반달곰과 풍성한 수목 어우러진 베어트리파크, 한폭의 그림 같아

세종호수공원 가을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서울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세종시에도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옛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충북 청원군 일부를 합쳐서 만든 계획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나라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행정 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기에 여행지보다는 정부 청사가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마주하면 가슴이 떨리는 가을 여행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정부 청사와 새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 자리한 호수공원, 가을 색 짙게 밴 수목원을 만날 시간이다. 사진기 하나 챙겨 들고 아름다운 가을빛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다.

◆인공섬에서 가을을 만나다...세종호수공원

세종의 중심에는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여행자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세종호수공원이 있다.

세종호수공원은 한국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다. 금강의 물길을 끌어들여 조성했다.

호수 크기가 축구장의 62배에 달하는 32만2000㎡ 규모이며 평균 수심은 1.5m다. 세종호수공원과 어울리는 국립세종도서관, 그리고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월산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세종호수공원에는 다양한 축제의 공간인 축제 섬, 최고의 수상무대가 될 무대 섬, 도심 속에서 해변을 연상할 수 있는 물놀이 섬,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습지가 있는 물꽃 섬과 습지 섬 등 5개의 인공섬이 조성돼 있다.

호수 주변에 산책로 8.8㎞와 자전거도로 4.7㎞가 마련됐다. 산책로 구간은 널찍하게 마련돼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도,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호수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물 위를 가로질러 길게 뻗은 나무다리를 가로지를 때면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호수 공원은 밤에 더 아름답다. 150m 길이의 모래사장과 최대 50m 길이의 물을 뿜어내는 분수가 특히 볼거리다. 밤이 되면 물줄기에서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일몰 후 둥근 천장의 야외공연장, 다리, 도서관 등에 빛을 밝히기 때문에 어두워진 후에도 산책하기가 좋다.

세종호수공원 산책 후에는 밀마루전망대를 오르는 것도 좋다. 용처럼 생긴 정부청사 건물과 그 양 끝을 잇는 호수공원 그리고 호숫가에 자리한 국립세종도서관까지 장쾌한 도시 전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호수공원의 한자락에는 예술작품 조형물들이 전시돼 있으며,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에 아픔을 겪었던 분들을 기억하자는 소녀상도 전시돼 있다. 

공원 곳곳에는 호수에 진입할 수 있는 무장애 통로가 조성됐다. 섬들을 넘나드는 다리도 무장애 길로 조성돼 있다. 관광 약자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듯하다. 
 

베어트리파크 전경 [사진=기수정 기자]
 

◆가을빛 짙게 드리우다…베어트리파크

2009년 5월, 세종시에 ‘베어트리파크’가 문을 열었다. 이재연 설립자가 젊은 시절부터 주말마다 보살피고 가꿔 온 비밀의 정원을 일반에 개방한 것이다. 반세기 동안의 시간이 흐르면서 시골 마을의 담벼락에서 옮겨온 향나무는 늠름한 아름드리가 됐고, 반달곰 몇 쌍은 대를 이어 수백 마리의 군락을 이루었다.

10만여평 대지에 1000여종, 40만여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가 함께 살아간다. 나무와 곰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동물이 있는 수목원’인 베어트리파크는 160여 마리의 반달곰이 재롱을 부리는 반달곰 동산과 공작, 꽃사슴을 만날 수 있는 애완동물원, 그리고 오랜 세월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꽃과 나무, 희귀식물 등 다양한 주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베어트리정원은 좌우대칭 구조의 입체적 조형미가 아름답다. 향나무와 소나무로 둘러 싸여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사시사철 푸르고 화려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만경비원은 베어트리파크 자랑이자 숨겨진 명소다. 화려한 열대 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 듯 아름답다.

각종 나무와 귀여운 곰, 다양한 새 등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비단잉어가 있는 연못이 여행자를 반기고, 향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길이 퍽 이국적이다. 

돌이 된 나무 규화석은 언제 봐도 신비스럽다. 규화석 주변에 ‘신이 내린 나무’가 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기괴한 모양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대만 중부 아리산 절벽에서 자란 편백 뿌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뿌리의 크기로 미뤄보아 약 2000년 된 나무로 추정된다.

분재원에 있는 각종 분재도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소나무, 주목, 단풍나무 등 다양한 분재를 볼 수 있다. 큰 나무를 축소한 것 이상의 기품이 느껴진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재원 한쪽에는 수련이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송파원은 주목과 소나무 등 늙은 나무들을 모아놓았다. 비틀어지고 꺾인 모양의 향나무가 눈에 띈다. 열대식물원에 들어가면 용설란, 킹벤자민 등 다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다.

열대식물원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반달가슴곰동산을 만난다. 가슴에 반달 모양의 무늬가 있는 작은 반달가슴곰들이 우리에서 끼리끼리 모여 논다. 먹이를 사서 곰에게 줄 수도 있다. 두 발을 들고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퍽 귀엽다. 쳇바퀴를 돌리는 곰도 있고, 무슨 얘기를 하는 듯 마주 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반달가슴곰 동산 아래쪽에 애완동물원이 있다. 공작새의 우아한 자태가 눈길을 끌고 작은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닌다.

나무 둥지가 굵어지고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숲은 거대해지고 돌봐야 할 동물 가족도 늘었다. 베어트리파크는 세월과 자연의 힘, 애정이 더해져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성장했다.
 

단풍 붉게 물든 베어트리파크 [사진=기수정 기자]

세종호수공원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베어트리파크에서 만날 수 있는 곰 가족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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