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의사에서 보험업 디지털 선두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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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8-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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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부인과 의사에서 생명보험사 경영인으로 변신 20주년…디지털 전략으로 새 도약 추진

신창재 교보생명이 회장이 경영자로 변신한 지 20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보험업에도 비대면(언택트)과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디지털 기반 미래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회사가 생존을 위협받던 시기에 경영을 물려받았던 신 회장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빅3' 생명보험사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생명을 살리는 의사에서 생명보험 경영자로 변신
신 회장은 1953년 독립운동 가문의 대산(大山) 신용호 회장의 2남 2녀 중 셋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애초 아버지의 경영을 물려받는 길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길을 택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그러던 중 아버지인 신용호 창업주의 부름으로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교보생명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1996년 본격적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이후 2000년 회장에 취임해 오너 경영인으로 교보생명그룹 전반을 책임지며 이끌어 오고 있다.

하지만 회장 취임 당시 교보생명은 위기를 맞고 있었다. IMF 외환 위기 영향으로 거래하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 그 여파로 2000년에만 무려 254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오랜 관행인 '외형 경쟁'의 부작용도 컸다.

신 회장의 위기 타개 방법은 '사람'이었다. 보험업의 핵심 키워드를 ‘측은지심’과 ‘인본주의’로 본 것이다.

우선 잘못된 영업 관행을 뜯어고치고 영업 조직을 정예화했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토론함으로써 생명보험은 ‘사람을 살리는 업’이라는 가치관을 심어줬다.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보험 상품 판매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영업사원’에서 ‘사람들이 미래의 역경에 좌절하지 않게 도와주는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장기적인 전략’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신 회장의 경영 방침도 한몫했다. 그중 신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고객 중심의 퀄리티 경영’이다.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을 키우는 게 기업의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교보생명은 2000억원도 넘는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에서 해마다 5000억~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생보업계 전체 순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286.1%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50%를 훌쩍 넘었다.
 
디지털 기반 미래 경영 속도 낸다
"디지털기술의 도입은 사업을 혁신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우리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혁신의 성패는 미로에서 얼마나 발빠르게 출구를 찾느냐에 달렸다."

올해 초 교보생명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신 회장이 한 발언이다.

그는 안정적인 경영 성과에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보험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 승인을 받아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데이터 분석, 헬스케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올해를 전사적 디지털화의 원년으로 삼고, 조직부터 개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디지털화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분석 시스템인 ‘BI(Business Intelligence) 시각화 포털’을 구축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차트나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해 이해 및 활용을 높일 전망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 분석 문화를 확산하고, 전문 통계 분석을 활용해 결과물의 신뢰도도 높일 계획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업무 효율성 제고도 목표로 한다.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슈어테크를 결합해 만든 애플리케이션 ‘케어(Kare)’를 운영하고 있다.

케어는 지난 7월 말 기준, 이용 고객이 20만명을 넘었다. 케어 이용자를 살펴보면 밀레니얼세대 이용자가 15%를 차지한다. 디지털 서비스에 친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이용자도 50%가 넘어 다양한 연령층에 각광받고 있다.

‘케어’는 ‘건강증진·건강예측’의 헬스케어와 ‘건강보장·보험금청구’의 인슈어테크,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Fun+’로 구성돼 있다.

건강예측은 교보생명이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 개발한 서비스다. 알고리즘을 통해 암, 치매 등 10여개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향후 식단 및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FI와 풋옵션 분쟁 아직 풀어야 할 숙제
하지만 신 회장에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어피니티·IMM·베어링·싱가포르투자청 등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 분쟁 때문이다.

앞서 FI는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는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SHA에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에게 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이후 교보생명이 약속했던 IPO가 계약 만기년(2015년)을 훌쩍 넘어서면서, FI는 결국 지난 2018년 10월부터 2조122억원 규모(주당 40만9000원) 풋옵션 행사를 신 회장 측에 통보했다. 현재 신 회장과 FI는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만 FI와의 풋옵션 갈등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FI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했다며 공인회계사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는 작년 4월 교보생명이 회계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9개월 만이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들이 맺은 주주 간 계약상 투자자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FMV를 산정했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면서 행사일(2018년 10월 23일)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유사 기업들의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을 지적했다. 풋옵션 행사일을 변경하면서 딜로이트안진이 책정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40만9000원이었다. 이는 신 회장 측이 주장한 주당 20만원대를 두 배가량 상회하는 액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이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검찰의 기소 이후 FI의 주장에 신뢰도가 상당히 하락했다"며 "내달 ICC 중재결과 FI의 FMV 평가 방법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신 회장이 우려보다 빨리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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