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한국 땅 밟은 아프간인들…"목숨 건 탈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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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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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PCR 검사 후 진천으로 이동

  • 아프간인 13명 다음 비행기로 올 예정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지난 24일 카불 공항에서 재회한 대사관 현지 직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다시 자유의 꿈을 찾았다." 사진 한 장에 담긴 사연이 뭉클함으로 다가왔다. 두 남성이 포옹을 나누는 사진이다. 주인공은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과 대사관 현지 직원이다.

지난 17일 탈레반이 카불에 진격하자, 한국 정부는 주재 대사관에 긴급 철수를 지시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최태호 주아프간대사와 함께 교민 탈출을 마지막까지 도운 뒤 카불 공항에 준비된 미군 비행기에 올라탔다. 안타깝게도 현지 직원들은 비행기에 타지 못했다. 김 공사참사관은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닷새 후 그는 다른 대사관 직원 3명과 함께 카불 공항에 나타났다. 약속을 지킨 것이다.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아프간인을 데려오기 위해 나선 김 공사참사관은 현지 직원을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우리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태운 군 수송기가 26일 오후 4시 24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입국하는 아프간인 총 76가구·391명 가운데 378명이 우선 한국 땅을 밟았다. 나머지 13명은 아프간에서 출발했으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현지 사정으로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온다.

이들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재집권에 두려움을 느껴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탈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카불 공항으로 모이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카불 공항 안팎에 2만여명이 몰려 공항 게이트로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첫날 공항 안으로 들어온 인원이 26명밖에 안 돼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300여명을 태운 버스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할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데 도움을 준 미국과 파키스탄 등에 감사를 표했다. 카불 공항 안전을 책임지는 미국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이번 이송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임무는 공항 지원과 영공 통과 등 많은 분야에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소통·협조 속에 이뤄졌다"며 "기회를 빌려 외교적 협력을 아끼지 않은 우호국들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어려움 속에서도 마땅한 책무를 완수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갖춘 나라라는 점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실제 벨기에도 아프간에 군용기를 보냈지만, 현지 조력자를 1명도 데리고 나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와 독일은 각각 50명, 7명을 이송했다. 네덜란드 등은 군용기 접근도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날 도착한 아프간인들은 공항 내 별도 구역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별도 대기시설로 이동해 검사 결과를 받고, 자가격리 기간(14일)을 포함해 한 달 반 동안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체류하게 된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도로에는 아프간인 입소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어, 영어, 아프가니스탄어로 제작된 현수막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하는 진천군민 일동"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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