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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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1-08-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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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시민들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일상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다행히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 퇴치’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수많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에 국한되어 있다. 전 세계가 몇몇 글로벌 제약회사들에게 백신 수급을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여 안타깝다.

미국과 유럽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경제 상황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기승을 부려 걱정스럽다. 국내에서도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들이 급증하여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당혹감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열강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백신외교를 전개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을 외교적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회원국들과 개발도상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 백신인 시노백·시노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렸던 한미정상회담도 사실상 백신 외교가 주요 관심사였다. 우리 국민의 열망은 ‘백신 확보’ 였으며 바이든 정부의 주요 과제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자국 유치 문제였다. 당시 ‘백신 확보와 미국의 관심사를 맞교환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들끓었던 기억이 난다.

세계 각국은 원활한 백신 확보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공급 물량은 제한되어 있는데, 수요는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50대 후반을 대상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되는 사태가 초래된 바 있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렇듯 백신 확보 경쟁이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며 변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외교적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에서는 강국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의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코로나 19 백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오래 전부터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해 오고 있다. 수명연장에 따른 각종 노인성 질환, 생명공학 기술 발전 등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시민들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엄청난 규모를 알게 되었다. 돈을 주고도 코로나19 백신을 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 양국 간 갈등의 원인은 중국의 IT 기술력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어 향후 미·중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 중국은 바이오 산업에서 미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의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때,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여전히 바이오 산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 못지 않은 국가전략 산업으로 부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생산 5대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이오 산업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거액의 투자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어떻게 바이오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으며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에서 산·학·연·병이 협업하고 있는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보스턴은 바이오 벤처산업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바이오 생태계를 갖고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경우, 하버드 대학, MIT 대학 등 명문대학들이 우수한 연구원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유명 병원들은 많은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보스턴시와 매사추세츠 주정부도 적극적으로 바이오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IT 대학 주변인 켄달스퀘어에는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어 산학연구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비영리 창업지원기관인 랩 센트랄 (Lab Central)도 바이오 벤처회사들에게 값비싼 연구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 바이오 벤처기업, 글로벌 제약회사 등 간의 네트워크도 잘 형성되어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신약 후보 물질이나 핵심 바이오 기술 등을 바이오 벤처기업들로부터 획득하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보스턴과 같은 글로벌 바이오 핵심거점에 과감하게 R&D 센터를 설립하는 등 공세적이고 전략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물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도 투자와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정부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등 해외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성공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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