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우리의 대응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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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1-01-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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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 보고에서 전술핵무기와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 사실을 언급하였다. 또한 비핵화라는 말은 사라졌고 대신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이 강조되었으며, 지난 2017년 11월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에도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 왔음이 공개되었다.

북한은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트럼프 정부와는 싱가포르, 하노이에서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숨겨진 민낯이 모두 나타나게 되었다. 그동안 북한이 추구해 왔던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 구축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 정부가 추진해 왔던 대북정책은 산산조각 났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 면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 온 정부의 주장도 거짓말이 되었으며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밝혔으며,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로부터 심각한 우려감을 자아냈다.

정부의 안보 불감증이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북한이 발표한 전술핵무기 등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한심한 지경이다.

만일 정부가 ‘북한의 핵은 남쪽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다. 자칫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하루빨리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북한과의 협상도 가능한 것이다. 현재 남북한 간 군사적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이것을 그냥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북한의 전술핵무기에 대비하여 철저한 방위태세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4차 중동전에서 이집트가 먼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면서 침공 징후가 보이는 데도 고정관념과 잘못된 가정에 집착하여 끝까지 방심하다가 침공을 당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2001년 미국도 예상치 못했던 9.11 테러 발생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기관 등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악마의 변호인’ 제도와 레드셀(Red Cell) 조직을 도입하여 운영해왔다. 문 정부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북한의 핵 공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제대로 바른말을 해보지도 못하였다. 지난해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소재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통채로 폭파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측에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됨에 따라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고 보도를 하였으며, 미 조야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UN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인권 문제는 향후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미북회담은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데 이어, 1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에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당부하였다.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추어 안보라인을 다시 재편하고 과거 트럼프 정부와 추진했던 것처럼 미북회담을 또다시 성사시키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접근 방식은 북핵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을 표출시킬 수 있으며, 또다시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당초 ‘비핵화’에 관심이 없었던 북한의 속내가 드러났고 바이든 정부도 북한은 물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신감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무실 내부를 모두 바꾸었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정부의 색깔을 지워버리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기관 등의 주요 보직에 북한 문제를 잘 아는 인물들을 기용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경우, “북한 문제는 더 나빠졌다. 북한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과 정책을 재검토하려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쇼’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문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제 우리도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전술핵 재배치 등을 비롯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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