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서버 다운·재고 바닥..." 애국심에 '돈쭐' 맞은 '적자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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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7-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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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토종 스포츠브랜드 '훙싱얼커'

  • 허난성 폭우에 88억 기부 선행 알려져

  • 매출 폭발적 증가…'비뚤어진 애국심' 지적도

중국 허난성의 한 훙싱얼커 매장에 고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웨이보 영상 갈무리]


최근 폭우가 강타한 중국 허난성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들로부터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뜻의 신조어)'을 당한 중국의 한 토종 스포츠브랜드가 있다. 훙싱얼커(鴻星爾克)다. 

훙싱얼커는 갑작스레 구매자가 몰리면서 매장 재고량은 동이 나고, 인터넷 홈페이지 서버도 다운됐다. 회사 측에서 소비자들에게 "죄송하지만 제발 구매를 취소해 달라"고 읍소할 정도다. 중국에 부는 뜨거운 애국소비 열풍, 궈차오(国潮)의 현주소다.

앞서 21일 훙싱얼커가 5000만 위안(약 88억원) 상당의 물자를 허난성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자기업' 훙싱얼커에 대한 중국인들의 '대우'가 180도 달라졌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도 웹사이트에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라며 훙싱얼커를 칭찬하는 글을 게재했을 정도다.

지난 28일 중국 재경천하 취재진이 찾은 베이징 둥팡쇼핑플라자에 있는 훙싱얼커 매장. 평일 낮인데도 30여명의 손님이 매장에 가득 차 있어 한산한 주변 매장과 비교됐다. 매대에는 남은 상품이 몇 개 없어 텅텅 비어 있었다.

점원은 "지난 주말 손님이 우르르 몰려 운동화나 여름용 상품은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며 "가을용 상품밖에 남은 게 없다"고 전했다. 이곳을 찾은 손님마다 하나같이 "국산용품을 지지해야 하지 않겠냐"며 남은 상품이라도 한두 개씩 사갔다고 한다. 

훙싱얼커의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은 원래 하루 평균 시청자가 수천명에 불과했는데, 지난 22~23일엔 932만명까지 늘었다. 이틀간 매출액은 1억1000만 위안(약 195억원)에 달했다. 남은 재고가 없어 24~25일엔 라이브방송도 사실상 중단해야만 했다. 

온라인 주문이 밀려오면서 결국 서버는 다운됐다. 29일 새벽 훙싱얼커는 "회사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다. 40여종 제품 재고가 동이 났고, 생산라인은 과부하가 걸렸다"며 "재고가 없는 상품은 부디 구매를 취소해달라"고 읍소했다.

훙싱얼커 측이 제품 출고는 8월 중에야 이뤄진다고 했지만,  "재고를 기다릴 수 있다"며 버티는 소비자가 상당수라고 한다.

하지만 훙싱얼커를 향한 맹목적인 애국 소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훙싱얼커는 적자난에 허덕이며 내리막을 걷던 기업이다. 지난해 훙싱얼커는 2억2000만 위안의 적자를 냈다. 올 1분기 적자액도 6000만 위안에 달한다. 적자 배경엔 이유가 있다. 

훙싱얼커는 1990년대 푸젠성 샤먼에서 외국 브랜드 운동화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공장에서 시작했다.  2000년부터 '훙싱얼커'라는 자기 브랜드를 내걸고 사업을 벌였다.  2005년 11월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도 했다.

하지만 2011년 현금흐름을 부풀리는 등의 재무제표 조작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되고 결국 2018년 상장 폐지됐다. 저급한 품질, 카피캣(짝퉁) 제품 등으로 구설수에도 수차례 휘말린 바 있다.

일각에선 이런 '오점'을 5000만 위안의 기부로 가릴 수 있겠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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