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외교 열쇳말 찾기] 차기 대통령 외교 성공에 필요한 덕목 7가지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입력 : 2021-07-27 08:08
<2> [칼럼] 외교 책임질 대통령 어디 없소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사진=본인 제공]

내년 3월을 겨냥한 대통령 선거 열기가 고조되면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과 역량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는 등 최상급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대외정책 분야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핵심적 관심 대상이다.

대외정책 분야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구체적인 덕목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대외정책을 피라미드형 고층 건물로 간주하고 층위별로 공간을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간명하고 일관성 있는 분석을 진행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피라미드 건물은 7층으로 구분한다. 1층 지구촌 영역을 시작으로 2층 동북아, 3층 한반도, 4층 국가, 5층 국내 정치, 6층 정부 정치, 7층 대통령 자신의 공간이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지구촌 차원의 도전 과제는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대상일 것이다. 사실 국제 감각은 우리 대통령에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 대통령에게 외교 임무는 교역 분야에서 이익을 증대하고 튼튼한 안보를 위해 한·미 군사동맹을 강조하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G7 정상회의 특별 참가국으로 초청받으면서 범세계적 주요 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극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60여년 만에 최상급 선진국으로 격상한 것은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도 수반한다.

차기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등 기존 G7 회원국 정상들과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의 국제적인 관점, 그리고 저개발국가 지원이나 기후 변화 대응, 통상질서 확립 등 지구촌 차원의 문제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 분야에서도 일정 부분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최상급 선진국에 요구되는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될 것이다. 국제 감각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필요한 중요한 덕목이 된 것이다.

2층은 동북아 지역 차원의 외교 공간이다. 차기 대통령은 이곳에서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 지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도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미국의 외교 전략에 편승해왔다. 그러나 이제 최상급 선진국이 된 이상 동북아 지역에서도 독자적인 문제 인식과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극히 불편한 시나리오다. 차기 대통령은 미·중 양국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적 공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3층은 한반도 영역으로, 남북 관계 개선이 주요 과제다. 이곳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하는 주요 덕목은 전략적 접근법이다. 대외정책과 관련,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은 분단국가라는 점이다.

특히 남과 북은 같은 민족으로 미래 통합의 파트너라는 특성과 더불어 적대적 대결 구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으로만 바라보고 대응하는 단선적 접근법은 정책 실패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차기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등 선행 정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모순 요소를 안고 있는 남북 관계에서 가시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도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미래 통합의 파트너지만 합리적 의심과 상보적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적 태도는 불가피하다.

4층은 국가 차원의 외교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실용주의가 작동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나라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인 이익을 보호하며, 튼튼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 임무에 해당한다. 차기 대통령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손실, 장기적 손익 계산과 단기적 손익 계산의 모순과 직면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실용주의 잣대로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5층은 국내 정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초당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차기 대통령은 용기를 보여야 한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북 정책은 국내 정치권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는 가장 두드러진 정치 쟁점이다. 진영 논리가 고착화하면서 국가 이익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악을 끼치는 비합리적 정책을 채택하는 상황이 너무나 자주 반복됐다.

이제는 어느 대통령도 초당적 협력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대북정책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당파적 대북 정책이 이미 뿌리를 깊이 내렸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차기 대통령은 자기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야당 진영과 협력을 도모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6층은 관료 정치 차원의 외교 공간이다. 이곳에서 대통령의 임무는 개방성을 발휘해 거국적 정책 자문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 내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상의 정책 자문을 받아야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그러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책을 자문한 전문가, 즉 캠프 참모들이 행정부 정책 결정 과정을 독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면서 캠프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캠프 참모들이 고위 공직을 맡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대선 공약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캠프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수 전문가 의견을 도외시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고위 공직 자리를 내주지 않고도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자문 기회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에 도움을 주지 않은 전문가에게도 정책 자문 기회를 개방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7층은 마지막 꼭대기 층으로, 대통령 자신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대통령은 애국심과 사명감, 책임감과 더불어 균형감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강조되면서 균형감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오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해 당사자들이 존재하고, 필요할 경우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손익 계산이나, 다음 단계 상황에 대한 예측이 비교적 명확한 조건에서 정책 결정을 진행한다.

그러나 대외정책에서는 다른 나라와 손익계산을 비교하고, 나라마다 손실과 이익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계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북핵 문제에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 전략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데,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으면서 합리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에서도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도 극도로 어려운 과제다. 이른바 좌빨 프레임과 수구 꼴통 프레임, 정치적 접근법과 정책 차원의 접근법의 차이, 국가 이익과 정권 이익의 모순, 명분과 실리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 모순적인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의 균형감각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2022년 5월 취임하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구촌 차원에서 대통령 개인 차원까지, 7개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대외정책에 대한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우선 다른 선진국 정상들과 고도의 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국제 감각을 갖춰야 한다. 또한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 갈등을 완화하는 외교 전략을 추진하는 능동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최상급 선진국으로 격상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두 가지 덕목은 전례가 없는 요소라는 점에서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요소가 될 것이고, 성공과 실패의 분기점도 될 것이다. 한국 외교의 전통적인 과제와 관련한 자질로는 남북 관계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실용주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초석에 해당하는 덕목은 초당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용기, 외부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개방성, 모순과 갈등 상황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개인적 능력이다.

7가지 덕목을 갖춘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한민국 국가 이익이 향후 5년간 증대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차기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의심할 필요가 없는 명제가 된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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