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대전환 시대…한중 동아시아 新 대안 문명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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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곽예지·최예지 기자
입력 202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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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본 한중관계' 세미나

  • 中공산당 우수성 "강한 리더십, 유능한 인재 선발체제···"

  • 외화내빈·동상이몽··· 한·중관계 29년

  • 상호존중·이해는 필수··· 대안적 동아시아 문명 모색해야

(사진 왼쪽부터)셰춘타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부총장,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소장,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노성해 중국 CCTV 서울지국장,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지난 1일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기념식 행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한 ‘중국몽(中國夢)’을 천명했다. 중국몽의 최종 목표는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미국과 맞먹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거침없이 부상하는 중국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이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중국의 이웃국,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운데, 15일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일보)과 주한중국대사관은 공동으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본 한·중관계'를 주제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소장과 셰춘타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부총장,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노성해 중국 CCTV 서울지국장,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세미나는 한·중 전문가들이 모여 중국 공산당의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둔 한·중 관계를 돌아보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中 공산당 우수성 "강한 리더십, 유능한 인재 선발체제···"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0년간 단일정당으로서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통치해왔다. '아시아의 병자'였던 중국을 오늘날 세계 주요 2개국 반열에 올려놓으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셰춘타오 부총장은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0년간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크게 여섯 가지 우수성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는 원대한 이상 추구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부터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까지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한 통치사상 △유능한 인재 선발 체제 △엄격한 기율 △자기혁명 정신 △강력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특히 셰 부총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의 성과는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된 것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노성해 지국장은 "서방국이나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 중국몽이 여러 주변국가에 위협이 될 것이라 여기고, 심지어 중국을 ‘무서운 악마’라고 표현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몽은 쉽게 얘기하면, 그냥 "국민이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중 수교 이후 역대 중국 지도자는 일관되게 '중국은 평화를 수호하고, 협력을 추구하고, 겸손하게 배우겠다'는 자세를 강조했음을 강조했다. 

사실 중국 공산당 100년사 속 한·중관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과거 항일 투쟁 당시 우리나라 임시정부 요인들은 상하이부터 충칭에 이르기까지 중국 곳곳을 전전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과 교류도 빈번했다. 

노성해 지국장은 “그 당시 한국 애국지사들은 저우언라이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도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며 “중국 내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상하이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매헌기념관, 시안의 한국광복군 주둔지, 하얼빈의 안중근기념관 등은 한·중 간 잊을 수 없는 역사를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가 도래하며 한·중 양국은 40년 넘게 반목하다가 1992년 역사적 한·중 수교를 맺었다.
 

[사진='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본 한·중관계' 웨비나 갈무리]

◆외화내빈·동상이몽··· 한·중관계 29년

전문가들은 수교 후 29년간 한·중 관계가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유지·관리됐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희옥 소장은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시기별로 여러 가지 갈등이 나타났지만 지난 30년간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다고 진단했다. 사실 한·중 관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양자 간 쟁점보다는 한·미동맹, 북한·북핵, 통일, 일본 문제 등 제3자, 즉 외생변수 쟁점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 

실제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지난해 10월 실시한 한·중 전문가 상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중국 전문가는 6.5점, 한국 전문가는 5.57점을 줬다. 이 소장은 "한국 전문가들이 경제, 사회·문화보다 외교·안보에 높은 점수를 준 게 눈에 띈다"며 "이는 한·중관계가 현안에도 불구하고 큰 쟁점 없이 비교적 안정적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동률 교수는 한·중 관계 발전 29년을 ‘독특하고 특이한 밀월관계’라고 정의했다. 정치와 경제 관계가 부조화하게 발전했다는 이유에서다.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에 있어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양국 사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내실이 부족한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관계를 형성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수교 당시 양국의 ‘동상이몽’ △중국의 가파른 부상이 그 원인이란 것이다. 

1992년 수교 당시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었으며, 중국은 북한과 동맹국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냉전이 와해될 수 있다는 기대로 서로의 동맹국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이는 현재 양국 관계 발전에 굉장히 큰 걸림돌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의 가파른 부상으로 불과 29년 사이 두 나라의 힘의 격차가 너무 커졌을 뿐 아니라, 서로의 인식도 달라져 협력 전략 의제 공간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양자체제의 내실이 이뤄지지 못한 채, 구조적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의 부상 과정에서 상호간 인식도 급격히 나빠졌다. 이 교수는 “양국 국력의 비대칭성이 확대된 가운데 2016년 사드(THAAD) 갈등이 불거졌고, 중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고양으로 상호간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상호존중·이해는 필수··· 대안적 동아시아 문명 모색해야

한·중 양국 관계 발전의 해법이 결국엔 상호존중과 이해라는 데에 전문가들은 공감했다. 

강준영 교수는 사드 이래 매우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양국은 현재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 중국은 한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니 한반도 통일 인식, 사드, 북한 핵 문제 등 문제에서 중국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특수성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은 반중 전선에 있지 않은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임을 중국에 인지시켜야 하고 반대로, 중국은 유구한 문화전통을 공유하는 한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서로 신경을 써야 이 같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슈가 된 중국과의 문화 갈등과 관련해서도  "문명과 문화는 엄연히 다르다"며" 이런 소모적 논쟁으로 양국이 갈등하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교수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유해야만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형성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희옥 소장은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이유는 매듭을 짓고 오르기 때문"이라며,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은 양국 관계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매듭을 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양국 간 함께 가는 공진(共進), 고정관념을 깨는 지혜,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을 넘어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트리플 윈(Triple Wins)', 그리고 '조용한 안정'보다는 갈등과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해 한 단계 도약하는 '동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 코로나19, 미·중 패권전쟁 등 불확실성에 직면한 오늘날 전 세계는 또 다른 문명의 대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중 양국이 새로운 미래 대안 문명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희옥 소장은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 가치와 서구 가치를 결합하는 새로운 보편성, 민족주의·애국주의·국가주의를 극복하는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대안적 동아시아 문명의 모색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한·중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주변에서 중심의 시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한중 관계 발전 기원···" 中대사, 국회의원 등 축사 이어져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영상을 통한 인사말과 축사를 전해왔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 동안 중국 공산당과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은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대항했고, 서로 도우며 지내왔다"며 "이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년이면 중한 수교 30주년으로, 중국 공산당은 양국 우호 교류의 역사를 토대로 한국의 각 정당 및 각계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실무적 협력을 심화하고 인문 교류를 활성화해 중·한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한정 의원은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양국 간 우호 협력은 더 공고해졌다"며 "이제 한·중 양국은 단순한 이웃이 아닌, 서로 필요로 하고 함께 발전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30년은 지난 30년보다 더 눈부시고, 서로 존중하고 가까워지는 관계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한·중 전략적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미래 경제발전을 위해 보다 심도 있는 협력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영길 회장은 "지난 100년 전 한국과 중국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국가 회복을 위해 힘겨운 나날들을 함께 보냈다"며 "이제 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낸 선도 국가로서 세계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의 자세로 한·중 양국이 복잡다단한 외교 전쟁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면서 서로를 이해해주고 아시아 평화, 동북아 평화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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