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동향] 'K조선' 세계 1위에도 '장기호황' 장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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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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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가 장기호황 초입에 들어선 듯보인다. 고부가가치·초대형 선박 수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위험요소만 해소된다면 본격적인 장기호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분규, 원자재 가격 상승, 예상보다 더딘 선가 상승 등이 장애물이다. 시장은 이 같은 위험요소가 해소되기 전에는 장기호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두 달 연속 세계 수주 1위...LNG운반선 등 싹쓸이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선박 수주는 182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5월에 이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수주물량의 44%에 달한다.

중국이 157만CGT(38%)로 뒤를 이었으며, 일본은 30만CGT(7%)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상반기 누계 수주량은 2402만CGT로 전년 동기 824만CGT 대비 192%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전년 동기(135만CGT) 대비 약 7배 증가한 1047만CGT를 수주했다. 상반기 수주량 1위는 1059만CGT를 수주한 중국으로 한국과의 격차는 12만CGT다. 12만CGT는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로, 하반기에는 추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주 내용을 보면 한국이 전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사실상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상반기 발주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6척 전량, 유조선 51척 중 42척(82%),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 72척 중 52척(72%), 컨테이너선 148척 중 81척(55%)을 수주했다.

중국이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한 것과 비교해 CGT당 수익성은 한국이 압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LNG운반선.[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원자재 가격은 치솟는데, 선가 회복은 거북이 걸음
다만 이 같은 조선업계 호황에도 시장은 장기호황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우선 더딘 선가 회복이 문제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8.5포인트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7년 3월 최저점 121.4포인트와 비교해 4년간 14% 상승한 수치다. 다만 호황기 고점 191.5포인트와 비교해 70% 수준이다.

전 선종에 걸쳐 선가가 상승했지만 이는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계가 2023년까지 영업이익률 5%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가가 지금보다 최소 13% 이상 높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더딘 선가 회복속도와 비교해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주간 철광석 가격은 톤(t)당 216.47달러로 올해 초(t당 161.8달러)와 비교해 33.79% 올랐다. 전년 동기(t당 104.27달러)와 비교하면 107.6% 증가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제강사들은 지난 3월 말 올해 상반기 조선향(向)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정도 인상했다. 조선업계의 반대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이유로 후판 가격 인상을 강행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조선향 후판가격 협상에서 제강사들은 상반기보다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 가격은 약 20%를 차지한다. 수익률은 엔진·기술 로열티 등 장기 계약으로 인해 가격 변동이 적은 품목보다는 후판 같은 원료가격 상승에 크게 좌우된다. 원자재 인상분을 선가에 반영해야 하는데, 선가 상승률이 원자재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단 올해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건조 중인 선박들은 1~2년 전 수주한 선박들로 당시 후판가격이 반영됐다. 반면 후판은 매년 분기 단위로 협상을 진행해 공급받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배를 만들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노조 파업 “생산 차질 불가피”
노사분규도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6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019년과 지난해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이 지지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파업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은 2019년 6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노사갈등은 기본급 인상을 두고 깊어졌다. 노조 측은 조선업계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그동안 어려움을 함께 버틴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아직은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조선소 내 크레인 점거 등을 통해 장기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 측도 법적책임 등을 묻겠다며 물러날 기미가 없어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생산효율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더욱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패트롤리엄(QP)의 100여척 규모 LNG운반선 수주를 앞둔 상황이라 투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은 파업에 따른 손실 비용이 계산되지는 않았지만 조선소가 멈추는 만큼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조경근 노조 지부장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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