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진정시킨 '인플레 우려', OPEC+가 되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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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7-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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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C+ 3차 회의 취소·산유량 합의 실패

  • 브렌트유 77달러 돌파…유가, 3년래 최고

  • '소비물가 직결' 원자재發 인플레 우려↑

  • 빡빡해진 공급…"유가 추가 상승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잠재웠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되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오는 8월부터 적용할 산유량 합의를 위해 열 예정이던 이날 회의를 기약 없이 취소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회의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도 차기 회의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일 OPEC+는 8월부터 적용할 감산 완화(증산량)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비대면(온라인)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의 대표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비OPEC 산유국 대표인 러시아 간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져 회의는 이튿날인 2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주말을 보낸 OPEC+는 이날 다시 회의를 열고 다시 협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회의 자체가 취소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산유국 간 증산량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OPEC+는 2차 회의에서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원유를 매일 40만 배럴씩 늘려 총 200만 배럴을 추가 공급하고, 내년 4월까지인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UAE가 올해 말까지 200만 배럴 증산에는 찬성하면서도 감산 완화 합의 기한 연장안은 별도의 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고, 연장 검토 시 OPEC+가 정한 생산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며 합의안을 반대했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3차 회의를 앞두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 대담(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 합의가 2018년 생산 수준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며 공정한 조건에서의 원유 증산 협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우리의 생산 능력과 생산 수준과 비교하면 (현재 OPEC+ 감산 합의에서) UAE의 포지션은 최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소후닷컴 누리집 갈무리]


OPEC+가 감산 완화 규모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OPEC+의 일부 관계자가 8월 증산 자체가 없을 거란 발언을 내놓으며 유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FT에 따르면 국제 원유 시장의 기준점(벤치마크) 중 하나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77.09달러까지 올라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77달러를 넘어섰다. 3년 만에 최고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76.3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의 배럴당 75달러 돌파도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WTI는 올해 50%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진다. 경제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완화 이후 나타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물가급등의 가장 큰 원인 하나로 꼽는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소비자 물가지수를 높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코로나19 충격 이후 나타난 기저효과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률보다 고용시장 개선 상황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에 쏠린 시장의 시선을 고용시장으로 돌렸다. 최근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조기 긴축에 대한 우려도 일단락됐다.

 

6일(영국 현지시간) 오전 7시 5분 기준 최근 1년 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그런데 OPEC+ 회의 취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당분간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오늘 OPEC 연대가 와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들(산유국)을 하나로 묶었지만, 현재 '포스트 팬데믹(post pandemic)'은 그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원유 시장 내 추가 생산이 없어 공급이 더 빡빡해질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을 점쳤다.

UAE가 올해 말까지의 증산안에 동의한 만큼, 감산 합의 연장 없이 증산안 합의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

현재 OPEC+ 잠정 합의안에 담긴 증산 규모가 앞서 분석가들이 예측한 하루평균 50만 배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댄 브루예트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OPEC+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매우 쉽게(very easily)'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고, 이와는 반대의 상황인 '유가 폭락'도 가능성이 있다고 CNBC에 전했다. 

브루예트 전 장관은 "(이번 OPEC+ 회동에서) 생산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며 "만약 산유국들이 (OPEC+ 합의를 무시하고) 자체 생산에 나서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유가는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날 OPEC+ 회의 취소 소식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산유국 간 합의를 촉구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OPEC+협상에 참여하지 않지만, 관련 관료들을 동원해 점진적 증산안이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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