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모텔서 장애 여고생 폭행한 10대들…클릭 몇 번에 입실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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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7-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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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박앱 회원가입시 성인인증 단계 없어…업체 "개인정보 수집 최소 원칙"

  • 미성년자들의 부적절한 출입 방지, 업주가 직접 신분증·나이 확인하는 방법뿐

  • 난처한 숙박업계 "신분증 검사하면 별점 테러…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 전문가 "청소년이 숙박업소 예약 시 업주가 개인정보 확인할 수 있어야"

지적장애가 있는 여고생을 모텔에서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는 10대 A양과 B양이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녀 10대 5명이 지적장애 여고생을 모텔에 가둔 뒤 오물을 뿌리고 집단 폭행했다. 현행법상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이성끼리 모텔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제집 드나들듯 수시로 모텔을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청소년도 숙박앱으로 모텔을 비롯한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 있게 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숙박업계는 성인인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5일 전국숙박업주 커뮤니티 '모텔은 아무나 하나(모아하)'에는 모텔을 드나드는 청소년들로 인한 업주들의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무인텔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최근 한 손님이 추가 숙박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미성년자였다. 문 연 지 3개월 만에 영업정지 당할 처지"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서울에서 모텔 사업을 하는 다른 회원도 "숙박앱으로 예약한 남녀 손님이 미성년자라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믿었던 숙박앱에서 이런 일이 생겨 막막하고 머리가 멍해진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청소년들의 모텔 출입이 쉬워진 이유는 숙박앱으로 예약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앱 회원가입 절차에는 성인인증 단계가 없다. 단지 숙박앱 측은 예약 공지에 "미성년자 혼숙 예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입실 거부에 대해서는 취소와 환불이 불가하다. 직접 제휴점에 확인해달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다시 말해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모텔 출입을 막는 방법은 숙박업소가 직접 신분증과 고객 나이를 대조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업주들은 이런 확인 과정이 달갑지 않다. 신분증과 나이를 철저히 검사하면 재방문율이 떨어지거나 별점 테러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주는 "신분증 검사를 한 손님이 욕설과 함께 '방음도 안 되고 복도에서는 신발소리가 들린다. 다시는 갈 일 없다'는 후기를 남기며 별점 한 개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신분증 검사를 엄격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주들의 고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숙박앱에 가입한 중소 숙박업계 500개사를 대상으로 '애로 실태조사'를 하자 절반에 가까운(49.6%) 업체는 '미성년자 혼숙 예약'에 따른 고충이 크다고 답했다.
 

 

숙박업계는 숙박앱을 통한 청소년들의 모텔 출입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관은 뒷짐을 지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한 업주가 미성년자 혼숙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보낸 민원을 보면 복지부는 "청소년의 이성 혼숙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한 경우는 영업정지와 영업장 폐쇄 명령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 업주는 "법을 만들 당시에 영업 주체는 숙박업소였겠지만, 지금은 수많은 숙박앱이 영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모텔 출입 관련해 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부당하다. 숙박앱도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고 반박했다.

야놀자 측은 "앱에서 미성년자를 판단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예약 서비스 특성상 숙박 예약자와 투숙하는 이용자는 다를 수 있다. 또 개인정보 수집 최소 원칙에 따라 사용자와 관련한 최소한의 정보만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숙박업계는 숙박앱이 업주 측에 예약 통보 시 미성년자 예약 건이라는 문구라도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주가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숙박업소 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청소년이 숙박업소를 예약할 땐 적어도 청소년이란 걸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소한 청소년이 맞는지 그곳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몇 명인지와 관련해 기초적인 개인정보를 업주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녀 청소년을 혼숙하게 한 숙박업주는 청소년보호법 제30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또 짧게는 2개월 영업정지에서 영업 폐쇄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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