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무관심 선거...스가, 도쿄도의회 1당 탈환에도 국정 운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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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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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4년 만에 제1당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공명당 연합과의 과반 차지에는 실패하면서 이기고도 이기지 못한 선거로 끝났다.

5일 NHK와 도쿄신문 등 일본 외신은 전날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정원 127석)에서 자민당이 33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을 4년 만에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의 뒤를 이어 △도민퍼스트회 31석 △공명당 23석 △일본공산당 19석 △입헌민주당 15석 △일본유신회 1석 순이었다.
 

2021년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위)와 2017년 선거 결과 비교. 연두색은 도민퍼스트회, 붉은색은 자민당, 연분홍색은 공명당, 노락색은 일본공산당, 파란색은 입헌민주당.[자료=지지통신 갈무리]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과 연합해 총력전을 벌였다. 앞선 2017년 선거 당시 자민당의 도쿄도의회 의석은 이전의 59석에서 25석까지 쪼그라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랜 기간 도쿄도의회 원내 제1당을 이어온 자민당의 부패·비위 의혹이 드러나면서 '자민당 심판론'이 팽배한 데다, 연합 정당이었던 공명당 마저 선거 연합에서 이탈한 여파다.

공명당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와 연합했으며, 도민퍼스트회는 2017년 선거에서 55석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원내 제1당을 탈환하는 1차 목표는 달성했으나, 자체 목표였던 55석 획득과 자민-공명 연합의 의회 과반(64석) 차지 등의 최종 목표에는 근처에 닿지도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번 선거는 도쿄도의 코로나19 재유행세로 지난 1997년(40.8%)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낮은 투표율(42.39%)을 기록해, 비교적 여당인 자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자민당에는 선거 승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로 이어지는 일본 내각의 코로나19 사태 대응 실패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유관중 개최 강행의 여파로 민심이 그만큼 자민당을 떠나있다는 신호란 해석이다.

당장 오는 9월 중 총선(중의원 선거)이 예정해 있는 상황이라,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라면 9월 총선에서 필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스가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민당, 공명당으로 과반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간략하게 발언했지만, 벌써부터 자민당 내부에서는 9월 총선을 위해 스가 총리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교도통신에서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으며, 총리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면 먼저 9월에 총재 선거를 치르고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지난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집권당이 패배한 것과 관련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위기감이 커져 스가 총리의 구심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정세"라고 진단했다.

벌써부터 일본 정국이 총선 전초 상황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원내 2당을 차지한 도민퍼스트회는 예상보다 선전했다고 자평하며 자민당과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하겠다고 의지를 세웠지만, 향후 행보는 불확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민퍼스트회를 설립하고 사실상 당수 지위를 이어갔던 고이케 도지사의 당 이탈 상황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고이케 지사는 도민퍼스트회를 탈퇴해 무소속 상태인 데다, 지난달 22일에는 선거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과로를 이유로 입원했다. 다만, 고이케 지사는 선거 직전인 이달 2일 퇴원해 도정과 선거 유세에 일부 복귀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를 노리는 고이케 도지사가 9월 총선 과정에서 자민당 복귀와 차기 자민당 총재·내각 총리 대신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자민당의 눈치를 보면서 도민퍼스트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편, 오는 9월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 측은 이번 선거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곤 있지만, 공산당과의 선거 연합을 공고하게 다지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왕 옹립 여부 등 정책적 차이에도 자민당 정권 교체라는 목표 아래 양당은 연합을 꾸리긴 했지만, 여전히 양당 내부에선 서로에 대한 거부감이 이번 선거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날 정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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