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OPEC+ 증산 합의…하반기 원유 시장 향방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 기자
입력 2021-07-02 10:1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OPEC+, UAE 반대로 증산 규모 최종 합의 불발"

  • "회의 일정, 하루 더 연장한 2일까지 이어질 전망"

  • "여름철 수요 강력…유가, 증산에도 계속 오를 듯"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회의가 기존 계획보다 하루 연장돼 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까지 이어진다.

앞서 OPEC+는 1일 회동에서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적용할 원유 생산 계획을 결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제시한 생산 계획에 아랍에미리트(UAE)가 반기를 들었다. 결국 OPEC+는 회의 일정을 하루 연장하고,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 회동이 하루 연장된 것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이뤄졌던 주요 산유국 간 협력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FT는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원하는 '원유 왕국'들이 예상보다 작은 규모의 증산 계획을 발표한 것에 UAE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며 UAE가 산유국 카르텔(cartel)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카르텔'은 동종 업계의 기업이 서로 가격이나 생산량, 출하량 등을 합의해 경쟁을 피하고, 이윤을 확보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날 회의에서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총 200만 배럴)씩 증산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이는 앞서 시장이 예상한 하루 평균 50만 배럴 증산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들은 또 2022년 4월까지로 결정한 감산 합의를 내년 말까지로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넘는 강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WTI는 전일 대비 1.76달러(2.40%) 뛴 배럴당 75.23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UAE는 지난해 감산 규모를 결정할 당시 각 산유국의 최대 생산능력이 과소평가됐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제시한 40만 배럴보다 많은 증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다만 UAE가 제시한 증산 계획 규모는 전해지지 않았다.

OPEC의 많은 회원국에 조언 및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컨설팅)업체 에너지에스펙스의 암리타 센 공동설립자는 "UAE는 생산능력을 늘렸기 때문에 OPEC+ 협정에서도 더 높은 생산 목표를 추진하는 듯하다"고 FT에 설명했다. OPEC 회원국인 UAE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방침에 따라 원유 생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재 거론되는 증산 규모가 UAE의 목표치보다 낮아 해당 방안대로 추진되면 UAE의 잉여 생산능력이 많아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석유 시추시설.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국제유가 가격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며 굉장히 신중한 자세로 증산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며 시장의 수급 균형에 맞게 산유량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FT는 "원유 왕국들은 원유 생산 확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에너지 산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유가를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OPEC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OPEC이 2022년 4월까지의 감산 합의를 연장하지 않으면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을 급변시킬 증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분석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OPEC+에 가장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OPEC+가 하루 평균 5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해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시장조사 담당은 "OPEC+가 하루 50만 배럴가량을 증산해도 국제유가를 안정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여름철로 들어서며 원유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원유 공급은 탄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IHS마킷은 "현재 원유 시장의 수요 증가는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올 3분기 미국과 유럽의 원유 수요가 각각 10%, 15%의 속도로 700만 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