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㊲] 주차공간의 혁신...“빈 공간으로 돈 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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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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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단위 주차 서비스 ‘주차팅’ 김홍헌 대표 인터뷰

  • 주차 사업, 공유 기반 ‘파킹 모빌리티’ 진화 중

  • “공유 오피스에 위워크 있다면 주차장엔 주차팅”

  • “고객이 더 만족하는 서비스 제공 목표”

도심 주차는 모두의 고민거리다. 주차 공간에 비해 차량 대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용 가능한 공간은 사악한 비용을 수반한다.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고충이 더 크다. 매일 주차를 해야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김홍헌 ‘주차팅’ 대표는 해결책으로 월 단위 주차 서비스를 제시했다. 시간·분 단위 주차가 아닌 월 단위 주차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역세권 대형 주차장 대신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내 주차장을 면 단위로 공급해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는 위워크·패스트파이브처럼 고객이 도심 어느 지역에서든 주차 공간을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파킹 모빌리티’ 사업을 꿈꾸고 있다. 오늘도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 대표를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간의 편견을 넘어

-월주차 개념이 생소하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고객 상황에 맞는 주차 공간을 찾아 월 단위로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시간·분 단위로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우리는 월주차라는 구독 개념을 도입했다. 고객 목적지에서 주차장까지 도보로 몇 분 걸리는지, 주차면 넓이와 주변 환경은 어떤지 등을 조사해 정보로 가공하면, 고객이 해당 정보를 선택하고, 주차 차량 등록까지 완료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차가 비뚤어져 있거나 관리실에서 연락이 오는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해주고 있다.”


-다른 주차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보통 주차장은 공급자 중심이다. 공간을 마련하면 소비자는 자리가 빈 주차면을 찾아 사용한다. 우리는 소비자 중심이다. 개별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주차 공간을 할당받아 월 단위로 사용한다. 기존 주차장이 기성복이라면 우리는 맞춤 정장이다. 주차요금은 월 구독 형식으로 결제하면 된다. 주차장의 형태도 다르다. 시간·분 단위 주차장은 대형 공간이 많은데, 주차팅은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5층 미만 상가에서 보유한 일정 주차면을 활용한다.”


-왜 주차 사업을 아이템으로 선택했나.

“개인적인 불편함이 컸다. 회사 출근하는데, 주차 공간이 없어서 불법 주차를 해야 했다. 집 주변에도 주차장이 없어 어머니 지인의 주차장을 이용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월주차이었다. 사용자 중심으로 월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요는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주차장은 단순히 차량을 위해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면서 파킹 모빌리티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카 쉐어링 시장 성장과 함께 주차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중교통 대신 자차 출근이 많아지면서 고객도 덩달아 늘어나는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

“4월 기준 회원은 4000여 명이다. 처음 서비스를 론칭한 지난해 2월에는 12명에서 시작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회원은 월주차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주차면 수도 1300개 정도 확보했다.
 

김홍헌 주차팅 대표. 그는 일찍부터 직장인의 한계를 깨달았다. 전문직이었던 그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 500만원을 벌기 힘들었다. 창업을 결심했지만, 사업 또한 녹록지않았다. 첫 달에는 한 푼도 돈을 벌지 못했다. 친척들에게 빌린 사업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지인에게 월 30만원을 내며 빌려 탄 모닝으로 현장을 누비고, 정기구독 사업모델을 완성한 덕분이다.]사진=주차팅]

공간의 혁신으로

-사업이 처음부터 잘 됐을 것 같진 않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몇 개 더 있었지만 사업이 잘 안됐다. 주차장 공급자 중심에서 마케팅을 하고, 현장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반에 주차장 물량이 별로 없어서 현장 영업을 많이 다녔다. 마케팅을 고객 중심으로 진행했고, 수요자가 많아지니 주차 매물도 많이 늘었다. 저를 포함한 직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기획하는 시간보다 현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다. 처음에는 월주차 개념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브랜드가 잡혀가고 있다.“


-주차면을 공급하는 입장에선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나.

”지역마다 다르다. 비인기지역이면 면 단위로 월 10만원 이하, 여의도처럼 수요가 많은 지역은 30만원 이상 수익을 낸다. 주차장을 통해 월세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비인기지역이라고 해도 가격이 정해져 있진 않다. 고객이 희망 금액을 제시하면 시세 데이터를 활용해 가격을 맞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파킹 플래너가 많아서 매칭을 돕고 있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와의 협업도 가능하겠다.

“아직까지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메리트가 없기 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팅은 B2B(기업 간 거래)로 시작해서 B2G(기업·정부 간 거래)로 발전해 나가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투자도 받았다.

“이전에도 돈은 꾸준히 벌고 있었다. 투자에 별 의미를 안 뒀지만, 사람들에게 월주차 개념을 알리고, 조금 더 멀리 나아가려면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고 밸류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주차 관련 사업에서 실패한 분들이 많은데, 저는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모빌리티 시장이 커질수록 주차장 관련 사업도 더 많이 생길 거다. 주차팅은 이를 대비해 데이터와 주차면을 확보하고, 월주차 공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중요하다. 사용자가 확보돼야 주차면 공급자도 많아 진다. 
 
현재는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는 정기구독 월주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월주차 공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강남에서 주차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다가 여의도로 넘어가 업무를 볼 때 구독 계정으로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가 사무공간을 공유하고 (라운지는 어느 지점에서든 사용 가능했던 것처럼) 주차장 업계에서는 주차팅이 공유 개념을 도입해보려고 한다.

우리 사업은 스마트 시티 조성 사업의 일환이라고 본다. 단순히 소비자가 편하고 공급자가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국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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