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감염보다 적자가 무서워" 도쿄올림픽 취소 못 하는 일본·IOC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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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5-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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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80% 도쿄올림픽 반대하지만, 일본·IOC는 강행 의지

  • 문제는 돈... 취소시 배상액은 최소 1조6905억원

  • 취소 먼저 언급하면 배상 책임 생길 수도 있어

도쿄올림픽 취소 요구하는 일본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본에선 하루에만 2712명(24일 기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우려를 낳고 있다. '폭발적 감염 확산'을 뜻하는 4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 계속되면서 개최지인 일본에서도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취소 시 천문학적인 배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평화와 화합 대신 돈과 정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일본을 기존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금지'로 변경했다. 미국 국무부의 여행경보는 총 4단계로, 일반적 사전주의(1단계), 강화된 주의(2단계), 여행재고(3단계), 여행금지(4단계) 순이다. 즉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코로나 위험 국가가 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둔 일본에 대한 여행금지를 권고한 것은 일본의 대유행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등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일본 내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13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코로나19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본에서도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18세 이상 일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8명 이상(83%)이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재차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4월 아사히 여론조사 때보다 14%P 늘어난 수치다.

도쿄도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부서의 한 공무원은 아사히 신문에 "본래 (올림픽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라면 직원들 사이에 올림픽에 관한 열기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올림픽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다"고 전했다.

국내외에서 올림픽 취소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과 IOC는 취소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양측 중에 먼저 취소를 언급하는 쪽이 더 큰 배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서로 책임을 줄이기 위해 최종 결정을 미루다 양측 모두 최악의 결과를 낳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 벌이는 일본 시민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IOC는 미국 NBC방송과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총 120억3000만 달러(약 13조60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는데,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IOC는 NBC에 막대한 위약금을 내야 한다. 반대로 일본 측이 먼저 올림픽 취소를 제안해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IOC가 도쿄 올림픽으로 얻는 중계권료는 약 15억 달러(약 1조6905억원)이며,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이 이를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은 지금까지 올림픽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만 1조6440억엔(약 17조원)을 쏟아부어 올림픽 취소에 따른 재정 손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 못 하는 이유에 정치적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월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서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는 확고하다. 올림픽을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한 증거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하면 방역 실패를 인정하면서 코로나19에 무릎을 꿇게 되는 꼴이 된다. 일본 지지통신도 일본이 이런 상황을 피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금전적인 부분 이외에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변수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지역 라이벌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잘 치러내고 싶어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일본이 이번 올림픽을 오랜 경기 침체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이겨낸 '일본 부흥'의 상징적인 행사로 삼으려 한다는 점도 취소를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서명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생명 보호를 위해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청원을 올렸다. [사진=서명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해도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등이 담긴 도쿄올림픽 관련 규범집인 '플레이북' 내용을 보면, 선수들은 각국에서 출국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96시간(4일) 이내에 2차례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음성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 입국 후에도 매일 검사를 받아야 하며 활동 범위는 숙박시설과 연습장, 경기장으로 제한된다. 또 올림픽 전용 차량 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며 선수촌에는 경기시작 5일 전부터 들어갈 수 있다. 경기를 마친 선수는 종료 후 2일(48시간) 이내에 선수촌을 나가야 한다. 외부의 간섭 없이 최상의 기량을 내기 위해 연습해야 할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서명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생명 보호를 위해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라고 청원을 올리면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코로나19로 인해 기량 차이가 생길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 따라야 하는 방역 지침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돼 선수들이 최고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올림픽 취소를 주장했다. 이 서명은 25일 오전 11시 기준 3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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