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토요일] 성수동은 왜 강남 대체재로 주목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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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5-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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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던 평일 일과가 끝났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휴일, ‘Why, 토요일’에서는 한 주간 이슈됐던 주제를 선정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형식은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게. ‘Why, 토요일’ 시작합니다.

성수동은 ‘힙’한 동네입니다. 맛집과 특색 있는 카페로 유명세를 탄 성수동은 과거 수제화의 중심지였고, 더 이전에는 수많은 제조공장이 들어서 있는 공업 지역이었습니다. 최근의 ‘힙함’은 조금 다릅니다.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이 성수동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션 기업와 엔터테인먼트사,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 그리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벤처투자사로 온 동네가 북적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무신사, 크래프톤은 모두 성수동으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패션‧게임 업계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이 성수동을 찾는 거죠. 최근에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인 퓨처플레이가 강남을 떠나 성수동으로 이전했습니다. 퓨처플레이와 함께 국내 대표 AC로 평가 받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일찍부터 코워킹스페이스 ‘스테이션 니오’ 기획‧운영에 참가했습니다.
 

[공간을 브랜딩하는 '프로젝트 렌트'가 운영한 렌트 2호점. 붉은 빛의 인상적인 조명 성수동 거리를 밝혔다.(사진=프로젝트 렌트)]

왜 성수동으로 기업이 몰려들까요. 특히, 강남 대체재로서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2호선과 수인분당선의 편리한 교통, 한강 조망과 서울숲의 탁월한 자연환경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강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이제는 저렴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땅값이 올랐지만)와 강남을 떠난 기업이 언제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 등도 인기의 비결일 겁니다. 

성수동에 자리 잡은 한 투자사 관계자는 “과거 성수동은 강남보다 땅값이 저렴했고, 분당선을 기점으로 15~30분 안에 서울 캐피털 마켓과 접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많은 테크기업이 판교를 선택했지만, 그 외 지역에서 새로운 터전을 고려할 때 성수동만한 동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물리적 이유와 함께 고려되는 성수동의 매력은 ‘문화의 용광로’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장점들보다 훨씬 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성수동에는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등 초고가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고층 건물이 많진 않습니다. 오히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굽어진 골목길이 인상적이죠. 곳곳에는 저마다 개성을 살린 카페와 음식점, 뷰티 전문점이 자리했고, 철물점과 수제화 거리가 조화롭게 공존합니다.

성수동은 소셜벤처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수익을 추구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창업가들이 모여 치열하면서도 함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유오피스도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조성한 소셜벤처 입주공간 헤이그라운드 1‧2호점은 1200여 명을 수용합니다. 당연히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들도 이곳에 밀집돼 있죠.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라운지를 조성하고, 이마트가 본사를 마련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철물점과 소셜벤처, 스타트업이 함께 어우러지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강남을 떠나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이유가 임대료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임대료는 이전보다 비싸다”고도 했고요. 그는 “미래의 고객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남을 떠나 성수로 왔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성수동의 매력을 찾아온 젊은 소비자들, 그 소비자들을 관찰하며 트렌드를 선도할 스타트업, 여기에 더 큰 미래를 그리며 새롭게 둥지를 튼 패션‧엔터 대기업들. 이들과의 협업을 위해 강남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성수동에 위치한 빈투바 초콜릿 매장 '피초코'. 1층에서는 초콜릿과 핫초코를 판매하고, 지하에는 초콜릿 연구소가 있다. 가게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친형제 두 명이 운영한다.(사진=신보훈 기자)]


마지막으로, 성수동은 ‘스토리’가 있는 공간입니다. 테이블 하나 없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건너편 꽃집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안내해 주지는 않지만, 커피집 남사장님과 꽃집 여사장님의 특별한 관계를 아는 손님들은 꽃향기를 맡으며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반대편 음식점에선 유기농 채소를 맛봅니다. 대기업을 다니던 사장님은 도시나 떠나 귀농을 했고, 직접 기른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내놓습니다. 향긋한 코코아 향에 이끌려 ‘피초코’에 들어가면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이 진열돼 있습니다. 누가 봐도 한국인인 사장님이 베네수엘라 세무사 출신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압니다. 성수동은 골목 하나하나, 작은 매장 한곳 한곳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느낌입니다.

교통, 땅값, 자연환경을 떠나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문화의 용광로는 젊은이들을 끌어 모읍니다. 류중희 대표의 말처럼 미래의 고객이 성수동을 찾기에 ‘힙함’을 쫓는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몰려드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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