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이야기⑫] “카카오 같은 재생에너지 투자 플랫폼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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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6-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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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인터뷰

  • 크라우드 펀딩으로 주민 수용성 넓힌 금융 플랫폼

  • “원자재‧제조 넘어 데이터‧금융 기반 에너지 혁신 이뤄야”

코로나19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려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또한 활발하다.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살펴보면, 전염병은 “자연보호”라는 구호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공허한 외침이 아닌 인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의제로 끌어올린 셈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2~3년마다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고,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는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친환경 에너지는 자연과의 공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석탄‧화력, 원자력 발전에서 벗어나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시대의 화두다. 물론 체감도는 국가‧기업별로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화 하는 만드는 '탄소 중립' 목표에 합의했다. 스타벅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필요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반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면서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논의는 ‘탈원전 논쟁’ 이외에 다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루트에너지]


모두가 위로부터의 변화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P2P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루트에너지’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한다. 재생에너지라는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고, 삶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주민 수용성에 주목한 것이다.

루트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을 모아 공공기관이나 민간 발전사업자에 대출해주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발전소가 지어지는 특정 지역의 주민에게만 투자를 받거나 해당 지역 주민에게 더 많은 이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백 풍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태백 주민에게만 펀딩을 받고, 목표 금액이 다 모이지 않으면 강원도, 전국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이다. 루트에너지를 단순 P2P 업체가 아닌 재생에너지 및 주민 참여 특화 플랫폼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는 과정에는 장벽이 있다. 루트에너지는 이 장벽을 낮추는 솔루션을 개발해 우리나라가 100%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며 “현재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나 정책이 아닌 주민 수용성이다. 주민들이 함께 발전소에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성공한 나라가 독일이고 미국, 대만, 일본도 모방해 적용했다. 우리나라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주민들과 함께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윤 대표는 덴마크에서 풍력을 공부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만 수많은 정책연구‧컨설팅을 수행했고, 13년째 이 분야에 몸담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최연소 민간위원으로 발탁되며 정부 에너지 정책에도 조언하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개인 투자자에게 평균 10% 수익의 상품을 제공한다. 리스크가 높은 개발 단계 프로젝트는 20% 넘는 수익률을 제시하고, 발전소 운영을 앞둔 사업은 4~6% 수익률을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 개발사업의 차주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률이 낮고, 운영에 들어간 발전소의 전기는 한국전력에서 구매해주므로 부동산‧주식 등 타 투자 대상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개발‧시공‧운영 단계를 거치는데 개발 단계의 리스크가 가장 높다. 시공 단계에서는 땅을 파서 문화재나 암석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운영단계에서는 위험이 적다. 상품을 판매할 때 단계별 리스크에 따라 적절한 금리를 산정한다”며 “민원 때문에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단계에서만 투자를 진행한다. 어떤 상품이든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상대적 리스크를 봐야 한다. 투자자의 신뢰를 쌓다 보면 개인 신용이나 부동산에 몰려 있던 투자금이 재생에너지 투자로 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트에너지는 투자시 발생할 예상 수익과 함께 화석 에너지 대체 정도, 대기 오염물질 감소 정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환경적 변화를 함께 제시해준다.(사진=루트에너지 홈페이지)]


윤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4월 3일 성수동 루트임팩트에서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급락한 시기였다. 기사를 작성하는 현재(5일) WTI 기준 37달러까지 회복되는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도 발생했다. 유가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윤 대표는 “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원자재‧제조가 아닌 에너지 데이터와 금융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산업은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원자재‧제조 중심의 업스트링과 서비스 중심의 다운스트링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없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보다 떨어진다”면서 “다운스트링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에너지 데이터와 금융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다른 나라처럼 민간에서도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굉장한 혁신이 나올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트랜스폼 돼야 하는 단계다”고 주장했다.

루트에너지는 카카오처럼 국민 투자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미래를 꿈꾼다. 투자기간이 20년 넘는 장기 상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신뢰를 쌓아 100만 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세상이다.

윤 대표는 “카카오가 문자에서 카톡으로 (메시지 전달 방법을) 넘기면서 국민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루트에너지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8000억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100만 명 정도가 투자해야 한다”며 “지역 로열티를 높이고, 장기 투자 상품을 만들어 신뢰 자본을 쌓는다면 로컬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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