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땅값 6배, 집값은 2배 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일대…"버티면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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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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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거래허가 발표 3년…물밀 듯 쏟아졌던 매수세 실종

  • 땅 대신 인근 집으로 옮겨붙은 개발호재…"지금이 저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3년이 지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 부지 일대는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수용지 밖에 있는 토지주들은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3년여 만에 6배 오른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땅을 넘겨야 할 수용 대상자들 역시 재정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줄다리기에 나선 상태다. 
 

11일 방문한 경기도 원삼면 죽능리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 [사진 = 김재환 기자]

11일 방문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곳곳에 들어선 임시 건물들에는 아무도 없는 공인중개사사무소 간판만 즐비했다.

길거리에서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토지보상에 반대하는 원주민들 현수막이 눈에 띈다. 용인시와 SK 측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상금으로 제시하고선 투기를 방치했다며 항의하는 내용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사태로 인해 시작된 원삼면 일대 수사결과, 경기도청과 용인시, LH 다수 관계자가 현재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보상금액의 경우 현지 다수 공인중개사와 용인시에 따르면, 평균 3.3㎡당 60만원대에 책정됐다. 현재 농지 기준 시세가 통상 60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착은 꿈도 못 꿀 금액이다.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예정 부지 일대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원삼면 고당리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당시(2019년2~3월)엔 정말 하루에 수십 건씩 투자 문의가 쏟아졌고, 일대에 공인중개사니 부동산이니 하는 간판이 마구 생겨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B중개업소 대표는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한 건물에 간판만 3~4개씩 달려있다. 이때 불과 한두달 전 (3.3㎡당) 80만원에도 안 팔리던 땅이 400만, 500만원씩 팔리더라"고 했다.

지난 2018년 12월경 원삼면 일대에 SK하이닉스 반도체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추측성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 3년도 채 안 된 사이에 땅값이 6배가량 오른 셈이다.

가격이 수직 상승한 시기는 지난 2019년 2~3월 사이다. SK가 2월 21일 120조원 규모 투자의향서를 용인시에 제출하고, 용인시가 원삼면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3월 23일까지다.

현재 원삼면 일대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다. 유리창 너머로 살펴보니 오랫동안 쓰지 않은 듯 방치된 책상과 의자, 큰 지도만 남아있었다.

A중개업소 대표는 "개발계획 발표 이후에 벌떼처럼 몰려와서 투기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쪽박을 차게 됐다"며 "보상기준(공고일 1년 전 정착)을 못 채워서 그냥 쫓겨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빈 건물들이 남아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삼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걸려있던 SK하이닉스 주변 개발계획도.[사진 = 김재환 기자]

이어 그는 "투기수요로 한 건 챙기고 토지보상도 받으려 했던 사람들이 보상도 못 받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니 일이 없어서 다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기대감은 원삼면 대신 인근 지역 집값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특히 자가용으로 동부로를 통해 20분이면 원삼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김량장동·고림동 일대 집값이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용면적 84㎡ 기준 3억3000만원에서 3억7700만원으로 찔끔 오른 ‘역북지웰푸르지오’는 2019년 3월 4억3500만원, 2021년 3월 6억5900만원까지 뛰었다.

고림동 양우내안애 전용면적 75㎡ 역시 2017년 3월 2억9000만원에서 2019년 2월 3억원으로 횡보하다가 2019년 6월 3억2500만원, 2021년 3월 4억6600만원으로 올랐다.

이는 SK하이닉스 반도체산업단지가 조성되면 128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에 1만7000명 규모 신규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효과다.

A공인 대표는 "SK반도체 산단 부지에는 공동주택 용지가 4000가구다. 당연히 주변 아파트로 주거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으니 집값이 오른 것. (원삼면) 땅 투기는 못 해도 집 투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계획 추진 일정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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