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권, 다카이치 '1강 체제' 균열 조짐…자민당 내부 불만 확산

  • 측근 중심 '톱 다운' 정치에 당내 불만 고조… 해체된 구 파벌들 '목요일 점심' 부활로 세 결집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의원(하원) 선거 압승으로 사실상 단일 권력 구조를 구축해 일본 정치권에서 '1강'으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 균열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강력한 리더십은 유지되고 있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소통 부재와 권력 집중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특히 2026년도 예산안의 회계연도 내(3월 31일까지) 통과가 무산되면서,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의원에서는 압도적 다수를 확보했지만, 참의원(상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구조적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자민당 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총리가 '참의원의 무서움'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불만의 핵심은 국정 운영 방식에 있다. 총리 취임 이후 측근 중심의 '톱다운(하향)' 방식의 국정 운영을 고수하며, 당 지도부와의 사전 조율이나 의원들과의 접촉을 사실상 생략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의 오래된 관행인 사전 협의 절차(네마와시(根回し))나 '저녁 회식'을 통한 비공식 접촉도 자취를 감췄다. 총리에 가까운 의원들조차 "총리가 전화 통화를 꺼려 기본적으로 이메일로만 소통한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이러한 불통은 당내 의구심과 공포심으로 번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관저(총리 집무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고, 다른 의원은 "총리의 의사에 반하면 곧장 목이 날아간다"며 인사권을 앞세운 정권 운영에 두려움을 표했다. 실제 정권 내부에서는 "공포정치가 시작된 것 같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공개적인 비판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총리의 높은 지지율 탓이다.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지지율이 워낙 높으니 지금 소란을 피워 괜히 보복당하고 싶지 않다"며 당내 침묵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지가 아니라 침묵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때 해체됐던 자민당 파벌의 재결집 움직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에서는 과거 파벌 단위로 운영되던 '목요일 점심 모임'이 부활했다. 구 아베파·기시다파·모테기파 등 주요 세력이 정기 회동을 통해 "함께 모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비공식 모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권력 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편 지금까지 특정 파벌에 몸담은 적이 없는 다카이치 총리의 직계 그룹인 '보수단결의 모임'은 회원 수를 85명으로 늘리며 세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한 총리 측근은 "당내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고이즈미 정권도 결국 국민 지지율로 정국을 돌파했다"며 "여론은 낡은 '나가타초(永田町, 국회, 총리 관저, 대법원이 모두 모여 있는 일본 정치의 중심지)식 정치'에서 탈피하려는 총리의 정치적 행보를 더욱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곧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을 이어 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참의원 변수와 당내 불신, 파벌 재결집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다카이치 '1강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총리 자체가 워낙 타인의 의견을 듣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현재 당내에는 '시간을 두고 신중히 가는 게 좋다'고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한 리더십이 오히려 당내 결속을 흔드는 역설적 상황이 다카이치 정권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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