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법령] 원칙에 기술력 결합한 '행정기본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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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5-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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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우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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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주경제 이주엽 부국장입니다. 현대사회를 살다보면 법을 피해갈 수 없죠.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부터 복잡한 행정법률까지 우리사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법과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법들을 모두 알 수도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에 법을 몰라서 아니면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법을 어겼을 경우 제재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아주경제 오디오 클립에서는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법령정보들을 법제처와 함께 알아보는 <누구나 법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누구나 법률>은 말 그대로 어려운 법령내용을 전문가의 쉬운 설명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전해드린다는 의미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잘 들으시면 생활 속에서 무심히 넘어가던 법령들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지난달부터 시행된 ‘행정기본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행정기본법’은 행정법 집행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법으로 개별법상 공통제도를 체계화하는 데 꼭 필요한 법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법률 전문가들은 행정작용 전반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허가와 과징금 등 국민의 일상에 적용되는 법령이 개별법에 따라 규정이 달리 돼 있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는데요. 이번 ‘행정기본법’ 시행으로 이같은 비효율성이 줄어들고 안정된 법 시행이 가능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법제처 행정법제혁신추진단 정성희 사무관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무관님 안녕하십니까? ‘행정기본법’ 사실 일반인들은 들어도 쉽게 개념이 들어오지 않는데요,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법률이라고 들었습니다. 법제처도 법률 제정을 앞두고 올해 초 무척 바빴다고 들었는데, ‘행정기본법’이 대체 어떤 법입니까?

▶정성희 사무관: 요즘 플랫폼이 인기죠. 옛날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따로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넷플xx나 왓x를 통해 쉽게 볼 수 있고, 전단 없이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한 번에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행정기본법」도 그런 역할을 하는 법이라고 이해하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행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공통 매뉴얼’이자 모든 법령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행정기본법’은 지난달 23일자로 시행이 됐는데요, 법제처를 비롯한 정부와 학계, 법조계의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법에도 ‘뼈대’나 ‘기둥’의 역할을 하는 법들이 있습니다. 민법이나 형법, 상법이 그러한데요, 행정 법령은 우리나라 전체 법령 5000여개 중 4600여 건으로 92% 넘게 차지하고 있는데도, 그 원칙과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제처는 2019년부터 ‘행정기본법’ 제정 작업을 해왔고, 2년여 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결국 ‘행정기본법’은 행정 법령의 뼈대가 되는 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그렇다면 ‘행정기본법’이 법이 없던 과거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면 이해가 쉽겠는데?

▶정성희 사무관: 네, 살다 보면 전입신고나 영업신고와 같이 여러 가지 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고서 제출만으로 접수가 끝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공무원에게 내용 심사까지 받고 신고증서를 받아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똑같은 신고 제도인데도 통일된 기준 없이 제각각 운영되고 있었던 것인데요, 법을 잘 모르는 국민입장에서는 혼란이 컸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기본법’에 행정청의 수리(서류를 받아서 처리함) 행위가 필요한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을 명문화했습니다. 앞으로는 법에 명문으로 수리가 필요하다고 규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신고서만 제출해도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법에 명문으로 수리가 필요하다고 규정된 경우’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의 뜻은 무엇인가요?

▶정성희 사무관: 법령에 규정된 신고는 크게 두 가지, 행정청의 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신고와 수리를 필요로 하는 신고로 나뉩니다. 여기서 수리란 행정청이 타인의 행위를 유효한 행위로 받아들이는 의사행위를 말하는데, 단순한 접수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후자에 해당하는 신고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면, 공무원이 신고서가 정해진 기준에 맞는지 내용 심사를 거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지요. 만일 수리를 거부한다면 그걸 이유로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말씀을 들어보니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행정 업무가 상당히 간소화됐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사무관님,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 형사법에는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소시효’라는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행정기본법’에도 이와 비슷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고 들었는데, 왜 공소시효가 행정기본법에 포함돼 있는 겁니까?

▶정성희 사무관: 네, 공소시효와 유사한 제도가 일부 행정법령에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허가취소, 영업소 폐쇄와 같은 제재 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위반 후에 10여 년이 지나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갑작스러운 제재 처분 통지서가 나와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는 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판례와 이론을 통해 이미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제재 처분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법령에 조문화돼 있지 않다 보니 공무원들이 이 원칙을 적용하기를 꺼렸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 것이죠.

그래서 ‘행정기본법’에 제재 처분의 행사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원칙 규정을 두었습니다. 불합리한 행정 관행을 없애고 예측할 수 있는 행정이 가능하도록 입법적으로 개선한 것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그렇군요.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과거 잘못으로 갑자기 행정처분이 나오면 황당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이런 문제가 해결된 것이네요,

문재인 대통령도 3월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기본법 제정으로 법집행의 원칙과 기준이 마련돼 국민이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이렇게 평가를 했던데. 이 규정들은 언제부터 시행이 되는 겁니까?

▶정성희 사무관: ‘행정기본법’은 지난달 23일 공포가 됐습니다. 그런데 공포일에 바로 시행되는 조문과, 법 위임에 따른 시행령 제정을 위해 6개월 후인 9월 24일에 시행되는 조문, 그리고 공포일부터 2년 후에 시행되는 조문이 있습니다.
3월 23일부터 시행된 조문이 제일 많은데요, 법치행정의 원칙, 평등원칙과 같이 행정의 법 원칙과 처분의 일반적 기준에 관한 조문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과징금이나 신고처럼 다른 법령에 흩어져 있던 ‘공통 사항’이 담기면서, 간소화 되어야 할 다른 법령들이 있는 경우에는 개정에 필요한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네, 그렇군요. 정 사무관님 요즘 자율주행차, 키오스크 편의점 같은 무인화 기술이 화두지 않습니까? 그런데 ‘행정기본법’에도 AI 기술을 활용해 행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정성희 사무관: 네, 그렇습니다. 법률에 따로 근거가 있으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행정기본법’에 조문을 담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과속 단속과 같은 교통 행정 분야나 조세 분야처럼 여러 행정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주엽 부국장: 아 그동안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행정처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따로 없었던 거군요. 앞으로는 행정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국민들이 불편을 느꼈던 규제개선도 한결 쉬워진다고 하던데요. 어떤 변화들이 예상됩니까?

▶정성희 사무관: 억울하게 처분을 받은 국민이 행정청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확대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권리구제 수단이 행정기본법에 도입된 것인데요. 우선 지금까지 일부 법률에만 도입되어 있던 이의신청 제도의 대상을 대폭 넓혔고, 처분이 있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도 행정청에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잘 알겠습니다. 일제 식민시대를 경험한 우리나라는 법제 분야에서도 일본법의 영향을 적잖게 받았다고 합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기본법’의 제정으로 이같은 실체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일본을 크게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던데요. 행정기본법 시행은 그만큼 법조계에서는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기대만큼 큰 효과가 있길 기대해 봅니다. 정 사무관님 행정기본접 제정에 직접 참여한 분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성희 사무관: 잘 아시다시피, K-방역의 우수한 성과, 그리고 최근 ‘미나리’ 같은 K-컬쳐, K-콘텐츠로 우리나라의 위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습니다. 다른 나라를 뒤따라가지 않고, 좋은 제도와 콘텐츠를 무기로 앞서게 된 건데요. ‘행정기본법’도 어서 일상에 잘 자리 잡고, 이를 발판삼아 앞으로는‘K-Law’도 우리나라가 자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현장에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K-방역, K-컬쳐, K-콘텐츠에 이어 이제는 ‘K-Law’라는 신 용어가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정 사무관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주경제 오디오 클립에서 보내드린 <누구나 법률>,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누구나 법률>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어려운 법률들을 아주 쉽게 설명드릴 계획입니다. 오늘은 그 첫시간으로 행정법 집행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행정기본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 법제처 행정법제혁신추진단 정성희 사무관이었습니다.

<누구나 법률>에서 방송된 내용은 아주경제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저는 이주엽 부국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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