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나토, 철군 공식발표 "아프간 전쟁 끝 보여"…테러단체 재건 우려도

정혜인 기자입력 : 2021-04-15 10:03
바이든·나토 회원국 "5월 1일부터 철수 시작" '9·11테러 20주기' 9월 11일까지 철수 마무리 “이미 목적 달성…아프간 주둔할 이유 불분명” 철군, 현지 테러단체 재건 계기될 거란 우려도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아프간 주둔 병력 철수를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철군 계획 시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탈레반과 합의한 시한보다 늦고, 철군 결정이 사실상 미국의 군사전략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019년 11월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Bagram) 에어베이스(Air Base)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아프간 주둔 미군들이 성조기를 들며 반기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 주둔 미국 철군을 오는 5월 1일부터 시작해 ‘9·11 테러’ 20주기인 9월 11일 이전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나토 30개 회원국도 이날 성명에서 오는 5월 1일까지는 아프간 지원 임무 병력 철수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모든 미국, 지원 임무 병력 철수를 몇 달 내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5월 1일부터 약 3500명의 병력을 철수하고, 9·11테러 공격 20주년이 되는 9월 11일까지 모든 연합군이 아프간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600명, 나토 연합군 7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철군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길 바란다.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체류)을 연장하거나 증대시키는 순환을 지속할 수 없다”며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고, 미군이 집으로 돌아올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20년 전 발생한 끔찍한 공격 때문에 아프간에 갔다. 그것이 우리가 거기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할 수 없다”며 “탈레반과 전쟁을 또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우리의 입지를 결정하고, 오늘과 미래에 닥칠 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갈수록 단호해지는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뚜렷한 성과 없이 장기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대중(對中) 견제 외교정책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연설에서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무장조직 알카에다의 동시다발적 테러로 촉발됐다.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아프간을 침공했고, 이후 20년이 현재까지도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전쟁으로 지난 20년간 미군 2440여 명, 아프간 민간인 3만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국이 사용한 자금도 2조 달러(약 2200조원)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 네 번째 대통령이라고 설명한 뒤 “이 책임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떠넘기지 않겠다”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전날 통화에서 아프간 철군에 대해 상의했고, 모두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철군 결정 이유에 대해 “분명한 목표로 전쟁에 나서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군하면) 군사적으로 아프간에서 계속 관여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외교적이고 인도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다. 아프간 정부를 계속 지원하겠다”며 “우리는 아프간 국방 및 안보 군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거의 30만 명의 인력을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고, 그들은 그들의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계속 싸우고, 아프간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며 “아울러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협상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군이 철수하는 동안 탈레반이 공격을 감행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탈레반을 향해 경고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계획 발표를 두고 “철군 발표는 바이든 임기 초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 결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계획 시한이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탈레반과 합의한 5월 1일보다 4개월이나 연기됐다고 지적한다. 또 미군·나토 연합군 철수로 인해 탈레반 세력이 힘을 얻어 아프간 정세가 불안해질 거란 우려도 존재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들은 지난 2011년 빈 라덴 사살 등 수년간 알카에다 핵심 지도부를 제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탈레반과 알카에다 간 관계는 이어지고 있어 (아프간 내) 평화와 안보는 여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계획에 맞춰 다음 달 1일까지는 나토의 아프간 지원 병력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은 미군 철수 결정이 알카에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격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윌리엄 번스(William Burns) 국장도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수 공식 발표 전 WSJ에 “아프간 주둔 미군과 연합군의 철수는 알카에다와 또 다른 테러 단체가 재건을 모색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번 미군 철수가 미국 군사전력의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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