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뒷맛이 쓴 분조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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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1-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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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증권부 기자]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100% 반환 안건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소송전이 진행된다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것과 다름 없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데 대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옵티머스 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실존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문제는 NH투자증권이 제시했던 다자배상안이다.

분조위는 다자배상안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다자배상안에 대해 사실·법률 관계를 파악해 분쟁조정안으로 올리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이 낸 안건에 동의한다는 보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배상을 받기 위해서라고 어쩔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뒷말도 무성하다. 왜 곧 나올 예정인 검찰수사나 감사원 감사결과를 앞두고 서둘러 끝내려 했느냐는 거다. 결과가 나올 경우 유관기관 책임을 물을 수 있고 NH투자증권이 제시한 다자배상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거다. 

NH투자증권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품을 판매는 했어도 자신들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왜 우리만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다. 불법인 상품을 제조한 사람과 판매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죄의 경중은 다를지언정 같은 범죄에 발을 담근건 같다. NH투자증권이 억울해 하는 점도 이같은 이유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을 지원한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경우 사실관계 자료부터 법리적 검토사항 까지 공개 가능한 자료를 모두 제공한다고 했다. 말이 자료 제공이지 싸움을 부추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분조위 결과를 내놓고 한 발 뒤로 물러서 관망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현재까지 NH투자증권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사회를 열고 분조위가 제시한 안건을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피해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고 있지만 모든 책임을 100% 뒤집어 써야하는 지금의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사회에서 법정분쟁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법적분쟁이 시작되면 결과가 나오기 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옵티머스펀드 개인투자자를 연령별로 보면 70대 이상이 전체의 29%에 달한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금융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다시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된 상황이 만들어진 거다. 만일 소송이 장기화 되면 피해를 입는 건 오로지 투자자들 뿐이다. 성급히 마무리하려는 모습만 보인 분조위 결과가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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