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원의 빅피처]동력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통일부는 장밋빛 미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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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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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중갈등, 레임덕 가속화...현실성 없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 '대선 역할론' 언급한 이인영 장관...남북관계 개선 먼저

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집권 말기 권력 누구 현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추진 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려던 대북정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또한 지난 7일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미·중 갈등이 스포츠까지 번지고 있다. '남북·미·일' 4자 회담의 극적 화해 기회도 무산됐고,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백신 치료제 지원, 물자지원 등의 남북 협력 구상도 멈춘 지 오래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에 이어 탄도미사일까지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고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로 비유하며 조롱했다.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상황이 이렇지만 통일부는 여전히 장미빛 미래만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7일 '최근 정세와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정치 일정 등 유동성이 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중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을 때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변함없이 추진하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미·중 관계는 개선될 것이고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상반기 남북관계 개선도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권 내 통일부의 역할과 발언에 한계가 있겠지만, 현 시국을 고려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에 가장 전문성을 갖춘 통일부가 정말 모르는 건지, 말할 수 없는 건지 모를 답답한 브리핑만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여권이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완패하면서, 통일부마저 본격 대선정국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올 초부터 당내 친문(친문재인) 계파 사이에 떠올랐던 이른바 ‘13룡(龍) 등판론’에 오르 내리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해 말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선 역할론'을 언급하며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통일부 직원들도 '장관님의 6시 이후 정치활동'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며 통일부 개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정치인 출신으로 통일부의 대외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는 역할을 했지만, 취임 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이 추진했던 작은 교역은 물론, 개별관광, 화상상봉 등 대부분 남북교류 정책이 중단됐다. 여당 의원들과 합심해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국제사회의 반대 목소리 등 진통이 적지 않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통일부가 개각의 변수로 언급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대선 역할론을 언급한 이 장관도 남북관계 교착 해소가 우선이라고 전제했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이 장관의 대선 역할론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핑크빛 미래만 그리며 남북관계를 두고 '정신승리'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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