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지방소멸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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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1-04-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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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




‘묻지마’ 투표 분위기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한국에서 부동산 적폐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에 ‘영끌’에도 참여하지 못하다가 주식과 암호화폐를 대체자산 삼아 ‘빚투’하는 청년층의 아무는 듯했던 부동산 상처가 LH사건으로 덧났다. ‘고양이에게 맡겨진 LH 생선가게’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를 넘은 허탈감은 정부에 “사생결단의 각오”(정세균 총리), “무관용의 발본색원”(홍남기 부총리), “부동산 적폐”(문재인 대통령)라는 언어 선택을 강제했지만, 미진한 수사 성과는 물론 구체적인 대책의 결여라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인해 사그라질 줄 몰랐다. 이 와중에 대통령과 여당의 대응에서 감지되는, 결코 미세하지 않은 온도차는 부실한 대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은 시민단체와 여론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데 반해, 여당은 야당 핑계를 대면서 미온적이다. “대통령 임기는 1년 남았지만 국회의원은 3년 남았다”(정창래 의원)는 엄연한 현실은 뿌리 깊은 부동산 적폐 청산에 여권이 총력을 실을 수 없게 만드는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LH 사고 직후 대통령이 천명한 ‘쌍끌이’ 대응방향 또한 부동산 적폐청산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크다. 이미 불공정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는 3기신도시 사업을 주택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추진하면서 투기이익을 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다짐밖에 할 수 없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유권자는 지금 당장의 ‘공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3기신도시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으로 주택수급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택수요 중심적이던 현 정부의 당초 부동산정책을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핀셋 대책은 근절하고 가능한 한 종합적인 투기수요방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96%임에도 자가보유율이 54%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 대처하는 가장 시급한 대책은 200만호로 추산되는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특혜를 폐지하여 이들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 정부 스스로 2018년에 도입한 특혜이기 때문인지 시장안정대책이 24차례 발표되는 동안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지만, ‘1가구 1주택’을 목표로 하는 수요정책은 투기 없는 시장안정의 필수요소이다.

부동산 투기의 몸통은 재벌이다. SK하이닉스반도체가 들어서는 반도체단지 주변에 땅을 사둔 투기혐의로 전직 공무원 3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지만, 사실은 이 클러스터 자체가 투기의 현장이다. 2018년 SK의 100조원 반도체투자 의향이 발표되자마자 구미, 새만금 등 지방 곳곳에서 유치경쟁을 벌였지만 SK는 ‘임직원의 지방근무 기피’를 이유로 용인을 선택했다. 투자와 일자리에 목마른 정부는 수도권 집중에 대한 아무런 우려도 없는 듯이 승인해 주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이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중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단순한 사실조차 작금의 주택정책이나 균형발전전략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역사에서 2020년은, 서울 인구는 감소했지만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은 해로 기록되었다. 서울 집값 상승으로 서울에서 계속 살기 어려운 인구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새로 유입된 인구가 주로 경기도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보다 14만명 더 많아졌다. 수도권 전입 사유로는 직업과 교육(대학 진학)이 압도적이다.

전체 인구는 감소하는데 수도권 집중이 지속된다면, ‘지방 소멸’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으로 주민을 유치해도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은 어디에서나 ‘지방대학의 소멸’을 동반한다. 거점 국립대학마저 9개 중 8개가 2021년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제한하면 지방대학 재학생은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겠지만 졸업생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 ‘지방 소멸’은 결국 피할 수 없다. 지역인재가 없어 기업의 지역 유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역기업이 없으니 지역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인재의 지역 정착은 수도권 인구집중의 압력을 덜어줄 것이므로 주택수급에 주는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재벌 대기업들이 부동산 투기를 포기하고 수도권을 벗어나 '균형발전'(헌법 제120조, 제122조, 제123조②항)에 동참하도록 정부가 적극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도 제공해줄 것이다.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아우르면서 국토균형발전전략과 같이 가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정책만이 공정 가치를 실현하면서 시장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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