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를 계열사로 둔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국내 기업금융의 기울어진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더라도 담보를 확보한 은행과 무담보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의 위험은 크게 다르다. 기업들 역시 회사채 시장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반은 약해지는 반면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중앙그룹 차입부채는 2조7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익스포저가 800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의 여신 규모만 307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권 대출의 90% 이상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이어서 최종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채무조정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담보권을 확보한 채권자는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회사채 투자자의 처지는 다르다. 국내 일반 회사채는 대부분 무담보로 발행되며, 개인 투자자는 별도의 담보나 우선변제권 없이 투자에 참여한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담보권을 가진 금융기관보다 후순위에서 변제를 받게 돼 손실 위험이 훨씬 크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올해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증권사를 통해 단기사채 등을 판매한 뒤 만기 도래 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판매 과정에서는 안전자산에 가까운 상품처럼 인식됐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신용위험을 그대로 부담하는 구조였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동양그룹 사태와 최근의 홈플러스·JTBC 사태 등 사채권자 보호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반 국민의 자본시장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자체의 위축도 심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은행 중심의 기업금융 구조가 더욱 고착되는 모습이다.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408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4월(+10조7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0조원 넘게 늘었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대출로 눈을 돌린 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4조1740억원으로 전월(4조7810억원)보다 12.7% 감소했다. 반면 상환액은 7조6520억원에 달해 순상환 규모가 3조47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4490억원)에 이어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다.
문제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까지 위축되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자금 조달이 자본시장보다 은행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경기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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