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빈부격차] ②배부른 억만장자의 수상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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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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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부유층, 정부 경기부양책 이용해 자산 확대

  • 美 부유층, 바이든표 증세 대비 자산 축소 움직임

  • 美 대선 후 신탁설립·해외이주·역외탈세 등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억만장자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돼 주목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산규모를 늘린 억만장자들이 주요 자산 매각, 자금 이동 등을 고려하는 등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꺼낸 법인세율 인상으로 맞게 될 세금폭탄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자산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 미국 중산층을 위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한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종전의 법인세율 21%를 28%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노동에 대해 보상하는 국가를 위한 계획을 제안한다”면서 “모두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복원력 있는 혁신 경제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위대한 중산층이 이 나라(미국)를 건설했으며, 이제는 중산층을 재건할 때”라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가장 부유한 1%의 순자산은 4조 달러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회적 불평등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부유층을 향해 중산층 재건을 위해 희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 재건을 위한 희생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팬데믹 상황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위스의 한 자산관리사는 “이 법안(법인세율 인상)은 모두를 위해 마련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일부 (부유층) 고객들은 법인세율이 오르기 전에 기업 등 보유한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고객들로부터 신탁계좌 설립 요구가 늘었다”면서 부유층의 세금부담 축소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이(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윌밍턴 트러스트의 엘비나 로 수석 자산전략가는 “지난해 4분기 (부유층의) 신탁계좌가 생성되고,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대다수의 고객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다가 선거 결과가 나오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부유층들은 세무당국의 과세 조사를 피하고자 자녀를 위한 신탁 기금에 자금을 옮기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이슨 케인 자산전략가는 “많은 부자가 팬데믹 속 저금리와 돈 가치 하락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활용해 보유 자산을 신탁 펀드로 이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엄청난 세금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 서비스기업인 보스턴 프라이빗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7~8개월간 부유층의 세금 절감 전략문 의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억만장자들은 정부의 세금 부과를 피하고자 해외 이주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주거 및 시민권 자문회사인 헨리앤파트너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해외 이주를 고려하는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특히 미국 고객의 문의 건수가 지난해에만 206% 폭증했고, 브라질 고객의 문의는 156%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로이터는 크레디트스위스(CS) 자료를 인용해 스위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이 부유층의 ‘역외탈세’ 선택 국가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법률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Euromoney)는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거대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글로벌 자산 관리 허브’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등 관대한 외국인 투자 정책으로 글로벌 ‘슈퍼부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고 유로머니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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