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관치금융 vs 주주이익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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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백준무·김태림 기자
입력 2021-03-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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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업계, 거세지는 국민연금 입김에 사업 확장 등 위축 우려

  • 전문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 역할 적극 나서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문제 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로 공익이사를 선출하고 문제이사들에 대해서는 반대의결권 행사 등을 국민연금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지주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이하 수탁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 권리 강화라는 명분으로 금융지주 주총에 대한 입김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금융지주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며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반 투자의 경우 임원 보수나 배당 등에 대한 제안으로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위가 KB금융 등이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건을 올렸다. 주주제안을 통해 공익 사외이사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위원의 돌발 상정으로 불발됐으나 국민연금의 경영 관여 수준까지 시도한 것으로 단순 해프닝은 넘어섰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 20명 중 7명의 동의를 받았다.

또 국민연금 수탁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수탁위가 맡는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은 하나금융지주 회추위의 단독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예상되는 수순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주총에서 국민연금 입김이 먹히지 않더라도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금융지주에게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달라진 기류에 금융지주는 숨을 죽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1대 주주가 아닌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작심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논의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가세할 경우 ‘관치 금융’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최근 유례가 없는 ‘제로금리’로 인해 수익성 부진에 맞닥뜨린 만큼 국민연금이 자율 경영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각 사가 신성장 동력 확보와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일괄적인 기준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대해 고려해 유연하게 표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역할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앞으로 전망은 엇갈렸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영진, 사외이사 등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면서 “개인 주주들은 주가에만 관심이 크기 때문에 그 역할을 국민연금이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힘들다. 영향력이 없다”면서 “국내외 헤지펀드가 주주이익을 주도하고 연기금이 따라주는 방식의 주도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이익 대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봤다.

성 교수는 “주주 중에서 사실상 경영권에 근접해 있는 기관투자자들, 이들이 실질적으로 이사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많이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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